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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고위 관료 4명 중 1명 다주택자, 그들 모두 투기꾼일까

중앙일보

2026.03.25 08:26 2026.03.2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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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 내역을 관보에 게재했다. 국회와 사법부도 지난 1년간 변동 내용 등을 동시에 공개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고위공직자 가운데 다주택자와 서울 강남 3구 고가주택 보유자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의 경우 이번에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 48명 중에 12명(25%)이 다주택자(복합건물 제외)였다. 부동산을 보유한 대통령실 참모 가운데 10명 중 대략 4명 꼴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재지와 평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의 집값 흐름을 고려하면 대부분 고가 주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부동산값 폭등의 주범으로 간주하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최근엔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주택이나 비거주 고가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도곡동과 세종시에 다수 주택을 보유한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부터 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신고 내역으로 볼 때,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비율은 일반 서민들보다 상당히 높다. 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청와대 참모들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들이 투기꾼이라면 공직 부적격자가 요직에 기용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투기 혐의가 있다면 부동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으로만 그칠 일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격부터 문제가 된다. 반면에 신고 내용으로 볼 때 결혼·이사·교육·상속·증여 등으로 인한 다주택 소유 등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모든 다주택자들을 일률적으로 투기꾼으로 몰아 매도할 수 없고, 그런 인식에 바탕을 둔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이 공직자 재산 신고로도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 청와대 공직자들이 매물을 내놨지만 제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신고 내용으로 확인됐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다층적 규제 때문에 원매자가 선뜻 나서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문제뿐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요인들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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