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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위법 논란에 귀 막은 공소 취소 압박용 국정조사

중앙일보

2026.03.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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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수십 명이 국회에 불려나올 수도 있는 전례 없는 국정조사가 열리게 됐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어제 채택한 증인 102명 명단에 대북송금 사건 등 국정조사 대상 사건에 관여한 검사 40여 명이 포함됐다.

‘조작 기소 의혹’이라는 이름에서 예견된 상황이지만, 국정조사 특위 시작부터 현행 법률과 배치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현행 국정조사법은 감사와 조사의 한계를 정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8조)이 있다. 이는 입법부가 사법부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 삼권분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북송금 사건 등 국정조사 대상 7개 사건은 대부분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그 사건을 수사하거나 공소유지를 한 검사를 국회로 불러 조사하는 것 자체가 사건의 소추에 관여하는 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회법 해설서를 근거로 “국회가 독자적인 진실 규명, 정치적 책임 추궁, 의정 자료 수집 등의 목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라리 재판을 재개해서 조작된 기소인지 법정에서 밝히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다.

법적인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기 때문에 여당이 입법권을 무기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위해 판을 깔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정인을 위한 게 아니라 잘못된 수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지만 여러 정황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친명계 의원들은 ‘공소 취소 모임’을 만들어 논란을 자초했고, 대북송금 사건 진상에 대한 법무부의 특별점검이 진행 중인데도 국정조사를 서둘러 도입했다. 엊그제는 특위 위원들이 “일단 쌍방울 사건에 모든 포격을 가한다”는 비공개 논의를 한 사실이 중앙일보 보도로 들통나기도 했다.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가 있었다면 그것은 일벌백계해야 할 범죄이지만, 거대 여당이 힘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는 국민의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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