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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장 유치""5만석 돔구장"…황당공약 또 판치는 이유

중앙일보

2026.03.25 13:00 2026.03.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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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일까 공상일까. 6·3 지방선거에 나선 각 정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초대형 인프라 유치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캡쳐

최근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가장 거세게 터져나오는 공약은 단연 반도체 공장 유치다.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면 최소 수십조원의 직접 투자와 많은 수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그런 만큼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유권자들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 심리를 적잖게 자극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출신인 노영민 충북지사 예비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취임 100일 내 삼성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에서 전남·광주 통합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민형배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각각 ‘삼성·SK 등 글로벌 기업 유치’와 ‘500조원 규모 반도체 산단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북지사 경선 중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지역 내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공장 공약은 쏟아지고 있다.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와 삼성병원 분원 설립’을, 당내 경선 중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구미 반도체 공장 유치’를 약속했다. 김진태 강원지사 역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유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반도체 공장에 수십·수백조원을 투자하는 주체가 결국 기업인 만큼, 어디에 공장을 지을지를 정할 결정권도 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고위 관계자는 “단체장 후보들의 유치전은 기업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지자체가 대다수”라며 “반도체 공장, 산단은 인프라 구축만 10년은 걸린다. 단체장 4년 임기는 유치 준비 작업에도 빠듯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서울돔'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돔구장 신설 공약도 범람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5만명 이상 돔구장을 짓겠다는 목표를 밝힌 뒤 유치전에 불이 붙었다. 전현희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이 가능한 ‘서울돔’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단수공천이 확정된 김태흠 충남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며 K컬처의 힘을 확인했다”며 “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이상 규모의 복합문화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적었다. 당내 경선 중인 박승원 광명시장(민주당), 백경현 구리시장(국민의힘), 이범석 청주시장(국민의힘)도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3만석의 잠실돔 보다 큰 돔구장을 지역에 지을 순 있지만, 면밀한 수요 조사나 타당성 검토가 필수적”이라며 “단순히 선거용 공약이면 문제”라고 했다.

일회성 현금살포 공약 역시 잇따르고 있다. 전북 군산시장 예비후보들은 9명 중 5명이 ‘임기 내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다른 지역에선 강기윤 창원시장 예비후보(국민의힘)가 ‘1인당 에너지연금 100만원 지급’을,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민주당)는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차준홍 기자
2022년 지방선거 때는 공항 건설을 두고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부산·대구, 경기·경남·경북·제주 등 전국 6개 지자체에서 군 공항 이전과 신공항 건설 공약이 쏟아졌다. 4년 전 경기지사를 놓고 경쟁한 김동연 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모두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예산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이유로 임기 막바지인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서 대부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 범람하는 건 선거홍보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예전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반면, 소셜미디어(SNS) 숏폼에선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현금 지급, 돔구장 등 각인되는 한 줄 공약 홍보가 앞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유권자가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국([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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