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숙아·조산아 등은 호흡을 할 수 있게 인공호흡기를 오래 쓰다 후천적으로 기도 협착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힘들게 만든 기관 삽관용 튜브인데, 대안이 없어 기도 협착 치료에 써야 하는 게 아이러니하고 슬프죠." "
지난 20일 만난 권성근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수차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권 교수는 10년째 아동 기도 협착 환자들을 사실상 전담 치료하고 있다. 기도 협착은 숨 쉬는 통로인 기도가 좁아져 호흡이 힘들어지는 중증 질환이다. 선천·후천성 합쳐 연 100~200명 안팎인 환아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친다. 고위험 산모·태아가 증가하면서 후천성 환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상태가 심한 아이들은 대개 기도가 커지는 만 3세까지 기다린 뒤, 기도를 당겨 이어붙이는 등의 고난도 수술을 받는다. 그때까진 인위적으로 만든 숨길인 기관절개관을 꽂고 지내야 한다. 어렵게 수술에 나서도 환자의 기도 확보와 구조 유지에 필수적인 '스텐트'가 걸림돌이다.
한국산 스텐트는 전무하고, 미국 등 해외 제품도 전혀 수입되지 않는다. 기도 협착 원인이 된 기관 삽관 튜브를 깎고 잘라서 치료용 스텐트처럼 쓰는 게 현실이다. 이마저 아동 기도와 맞지 않아 궤양·육아종, 재협착 같은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의 악순환이다. 중증 소아 환자들에 드리워진 의료 사각지대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 없다'며 직접 나선 권성근 교수가 아동 숨길을 뚫어줄 스텐트를 국내 최초로 만들면서다.
권 교수팀과 거산무역상사가 공동 개발한 소아 후두·기관용 스텐트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소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성인과 다른 아동의 섬세한 기도 점막 상태, 연령·체중별 성장 단계 등을 고려한 게 특징이다. 한국인 소아 맞춤형이라 점막 손상 등의 문제를 크게 줄일 거란 기대가 나온다.
약 3㎝ 길이의 스텐트는 올해 안전성 검증, 내년 초 품목 허가 등을 거칠 예정이다. 내년 2분기 상용화와 의료진 대상 교육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환자 수술에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기도 길이가 한정적이라 여러 번 수술하기 어렵다. 새로 개발한 스텐트는 수술 후 3~6주면 목에서 빼지만, 수술 부작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꿈에 다가가기까진 난관이 적지 않았다. 오랫동안 여러 업체에 스텐트 개발·수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반응만 돌아왔다고 한다. 업체 입장에선 수입 비용만 1억여원 이상 필요한데, 연 수십명 정도의 환자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 3000억원으로 꾸려진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이 반전의 마중물이 됐다. 지난 2024년 11월 사업 지원 대상이 되면서 스텐트 자체 개발의 숨길이 뚫렸다. 3단계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1년여 만에 정부 인정까지 받게 됐다.
권 교수는 "이건희 기부금 사업이 없었다면 비용 부담 때문에 아예 스텐트를 만들기 어려웠다. 지원받은 덕분에 공동 개발 업체에도 국가적 의미가 있다고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 나은 치료에 가까워진 그의 눈은 여전히 아픈 아동과 가족을 향한다. 수술을 잘 받고 외래 진료 오는 환아들에게 캐릭터 모양 편지지에 직접 손편지를 써서 준다. 아이 걱정에 노심초사하다 비로소 안심하고 진료실에서 펑펑 우는 엄마·아빠를 다독이며 다 같이 사진도 찍는다.
기도 협착 같은 중증 질환 아동 진료에 필요한 점을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자 부모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고 24시간 아이를 챙겨야 하죠. 그런 짐을 짧게나마 덜어줄 수 있는 통합케어시설 등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