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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이란·북한·일본제국…신격화 정권의 위험성

연합뉴스

2026.03.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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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습에도 전쟁 포기않던 옛 천황, 원폭에 백기…神 지위 박탈후 日 정상화 이란 신정지도자, 혁명수비대에 끝까지 항전 독려…日 가미카제 기시감 신격화 정권에선 비판·시스템·언론자유 실종…오류 지적 못하는 민중만 고통
[율곡로] 이란·북한·일본제국…신격화 정권의 위험성
대공습에도 전쟁 포기않던 옛 천황, 원폭에 백기…神 지위 박탈후 日 정상화
이란 신정지도자, 혁명수비대에 끝까지 항전 독려…日 가미카제 기시감
신격화 정권에선 비판·시스템·언론자유 실종…오류 지적 못하는 민중만 고통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다만 이 전쟁은 한 쪽이 무너지기 전까지 종전이 쉽지 않은 한계도 지녔다. 공격을 시작한 미국도, 저항 중인 이란도 대체 불가한 각자 이유가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절대 불용 원칙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에너지 패권과 친중 네트워크 와해라는 국가 전략 면에서 더욱 그렇다. 이란 역시 핵 개발과 호르무즈 이권 포기는 실권(失權)으로 귀결될 수 있으니 쉽게 놓을 수 없는 생존 문제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이란 신정(神政) 정권이 핵 프로그램 포기로 타협하며 일단 권력 수명을 늘리거나, 신정 체제 붕괴로 현대적인 민주정 시스템이 들어서는 결말로 갈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문제는 주된 전장(戰場)이 이란 영토인 만큼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주체가 이란 민중이란 점이다. 이란 정권과 호위무사인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제 사탄과 맞서는 성전'이라는 종교·민족적 프레임으로 전쟁 장기화를 위한 내부 여론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이란 신정 정권의 '퇴로 없는 행보'는 현대사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그리고 3대째 세습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과 너무 닮았다. 지배 세력이 국민의 삶과 안녕보다 권력 유지를 중시하는 탓에 다수 민중의 삶이 고통 속에 방치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부에서의 합리적 의견 제시나 토론은 허용되지 않고, 정권 전복 시도가 성공하긴 어려운 국가 체제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일본과 현재 이란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이 승산이 희박한 전쟁을 계속하길 고집하며 피해가 커졌다는 점에서 판박이 같다.

지금의 이란과 북한, 군국주의 시절 일본제국이 이렇게 비이성적 공통점을 보인 근본적 이유는 정치 체제가 종교화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아예 신의 대리인이 절대 권력을 갖는 신정 체제이고, 북한은 김씨 일가 자체가 신과 같은 최고 존엄이다. 옛 일본제국 역시 당시 천황이 곧 신이었다. 쉽게 말해 이들 세 나라는 '신격화한 정권'이 국민을 제멋대로 지배하고 억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차 대전 말기에 일본은 미국의 파상 공습이 매일 이어져 국민 삶이 파탄 나는 데도, 끝까지 천황이 항복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비극적인 핵폭탄 공격으로 전쟁이 끝났다. 당시 천황과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2차 대전 원흉 아돌프 히틀러 역시 신격화된 존재였다.

정권이나 리더가 신격화되는 현상은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개인숭배로 생기는 문제를 넘어, 민주정의 근간인 비판적 사고와 시스템에 의한 국가 관리를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신격화한 통치자는 인간이 아닌 '무오류의 존재'가 되므로 누구도 그의 판단을 평가할 수 없게 된다.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는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는 건 당연한 이치다. 법치가 무너지고 최고 권력의 측근들에 의한 '인치(人治)'가 이뤄진다. 지금 이란과 북한, 그리고 옛 일제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는 영향력 없는 권력의 시녀였다.

더 두려운 건 신격화되고 우상화한 통치자를 지지하는 무리의 횡포와 독주다. 절대자의 권력을 먹고 사는 이들은 사회 안에서 극단적인 확증 편향을 만들고 집단적 사고를 통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탄압한다. 사회는 '우리'와 '적'으로 이분화되고 합리적 토론과 타협은 실종된다. 과거 우상화된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을 수호했던 '홍위병'이 그랬고, 지금 이란 이슬람 신정을 호위하는 '혁명수비대'가 그렇다. 이란에도 온건한 의견, 합리적 목소리가 있지만, 이권과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혁명수비대가 무서워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

민중 봉기 때마다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탄압하고 민간인을 학살한 것도 혁명수비대다. 혁명수비대 안에선 미국,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싸우다 죽는 게 단순한 '전사'가 아니다. '순교'로 칭송된다.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 치하에서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돌진하던 '가미카제'의 광적인 희생도 혁명수비대의 순교와 다르지 않다.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젊은 목숨을 기꺼이 버리던, 그 옛날 광신도적 현상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건 비정상이다.

20세기 중반 일본 제국주의의 브레이크 풀린 폭주는 '신'이었던 천황이 승전국 미국에 의해 '보통 사람'으로 강등되면서 막을 내렸다. 역사는 반복되고, 그 원칙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란을 통치하던 '신의 대리인'은 최근 폭사했다. 그 아들이 권력을 승계했지만, 공식 석상에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 사망설이 돌고 있다. 절대 권력을 누려온 신격화된 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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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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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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