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김동환(49)이 26일 검찰로 넘겨지는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조사받던 김동환을 부산지검으로 구속 송치했다.
이날 오전 9시 8분쯤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그는 짙은 긴 팔 회색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포승줄에 묶여 수갑을 찬 채 나왔다.
김동환은 호송차에 오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악랄한 기득권이 한 인생을, 개인의 인생을 파멸시켜도 된다는 ‘휴브리스’”라며 “미친 ‘네메시스’,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소리쳤다.
휴브리스(Hubris)는 ‘지나친 오만’, 네메시스(Nemesis)는 ‘천벌’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취재진의 ‘보상금 때문에 살인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검찰 송치 앞두고 현재 심경은 어떤가’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김동환이 과거 동료 총 6명에 대한 살해를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동환은 애초 경찰 조사에서 “4명에 대한 살해를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그가 검거되지 않았다면 수일 내 추가로 2명에 대한 살해를 더 실행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동환이 항공사 현직자만 접근이 가능한 운항 스케줄 사이트에 타인 계정으로 접속해 피해자들의 운항 정보를 확인한 사실도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은 김동환에 대해 살인 혐의와 살인미수 및 살인예비, 주거침입,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김동환은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과거 함께 일했던 항공사 기장 A 씨(5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범행 하루 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또 다른 기장 B 씨의 목을 졸라 해치려 한 혐의(살인미수)도 받는다. 그는 A 씨를 해친 당일 경남 창원시로 이동해 기장 C 씨를 공격하려 했지만 접근하지 못했고, 이후 울산의 한 숙박업소에 은신했다가 17일 오후 8시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김동환은 모두 4명의 전 직장 동료를 해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 20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숨진 A 씨를 포함해 김동환이 노린 2명은 이 항공사의 전·현직 표준평가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 후 김동환은 “항공사 내부에 공군사관학교 (조종사) 출신 기득권이 있고,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경찰은 김동환이 재직 시절 자신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그의 인사 조처나 보상금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물들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진단평가(PCL-R) 결과 김동환은 사이코패스(통상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거쳐 김동환의 이름, 나이, 사진을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