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한 달을 맞으며 일본 정부가 국가 비축유 방출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국가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전 11시 일본 소비량의 한달분에 해당하는 약 53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전국 11곳의 비축기지에서 방출한다. 일본 기업 4곳이 이번 비축유를 매입해 정제한 뒤 시장에 공급하게 될 예정이다.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가가 불안해지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국제에너지기구(IEA)보다 한발 빠른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지난 16일 민간 비축유 15일분을 푼 데 이어 이번엔 국가 비축유를 시장에 내놓게 된 것인데, 일본 언론들은 이번 방출량이 저장량의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NHK는 이번 방출과 관련해 민간 비축과 국가 비축을 합치면 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1973년 석유비축법을 제정한 일본은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국가 비축을 해왔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가 비축분은 146일분에 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상승 우려가 발생했을 당시 일본 정부가 방출한 국가 비축은 5일분이었다. NHK는 일본 정부가 산유국 석유 회사로부터 탱크를 대여한 뒤 원유를 비축하는 산유국 공동 비축분도 이달 안에 5일분을 방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추가 방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을 총리 관저에서 만나 추가 방출을 요청했다. 지난 11일 IEA가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추가로 시장에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는 별도로 급작스러운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유사 등 도매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휘발유(소매가 기준)를 L당 170엔(약 1605원)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일본의 선제 대응을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사실상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거론한 뒤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 방출 준비를 요청한다. IEA와 잘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추가 방출 요청에 추가 방출이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