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제58기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주총)장 입구 앞에는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실물 모형이 전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주들을 위해 특별히 이곳에 세워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주총에 참가하기 위해 경남 김해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왔다는 정모(39)씨도 주총 참가증을 받자마자 아틀라스와 ‘인증샷’을 남겼다. 지난해 4월 주당 18만원대에 600주를 산 정씨는 “미국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쓰일 로봇 시스템을 보고 앞으로 미국 사업이 커지고, 노동 효율이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투자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말 메타플랜트 준공식을 열고 첨단 공장을 공개했다. 이날 주총 참가 자격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현대차 보통주 보유자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28만9500원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이날 49만6000원으로 시작했다.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이천에서 초등학생 아들 김다온(9)군과 함께 주총장을 찾은 정슬기(49)씨는 “학교에 현대차 주주총회 참석으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왔다”며 “오래 가져갈 주식이라 생각해 증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보유한 김 군은 “수익률이 140%를 넘었다”며 웃었다. 다만 정씨는 주식 매수일이 올 1월이라 주총장 입장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 현대차 측에서 온라인 중계 화면을 설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공개 이후 기업의 가치를 ‘제조업’이 아닌 ‘미래 기술기업’으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뚜렷해 주주들의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씨는 “연말 배당이 크지 않았고,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아직 해결돼야 할 리스크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노부부는 “20년 넘게 들고 있는데, 반도체나 다른 주식 대비 많이 오르지 않았다. 아직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는 2809명으로 집계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직접 주총 의장을 맡아 주총 개회와 안건 승인 등 행사를 진행했다. 무뇨스 사장이 영어로 말하면 주주들은 동시통역기로 듣고 한국어로 질문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추진 전략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현지화와 지역 특화 상품 강화다. 올해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만들고, 중국에서는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최초로 현지 설계·개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내년까지 공개하고, 제네시스 진출도 검토한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는 차량을 만드는 기업을 넘어 지능형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활동도 추진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개정 상법을 반영한 ▶의안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확대하는 의안 등과 사업목적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하는 안이 통과됐다.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110만884주 처분 계획도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