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을 서두르는 동시에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I를 산업지형을 바꿀 ‘제2의 전기’로 규정하며 전사적인 속도전을 주문하는 한편,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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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CEO가 방향 잡고 AX나서야”
LG그룹은 구 회장이 지난 25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책임자 40여 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에서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을 통해 사업 영향이 큰 영역부터 작은 성공을 축적하고 이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26일 밝혔다. 구 회장은 이어 AI의 파급력을 ‘전기와 인터넷의 도입’에 비유하며 “AX는 특정 조직의 과제가 아니라 CEO와 사업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야 할 일”이라며 사장단의 실행력을 거듭 주문했다. LG그룹은 분기별로 한번씩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이 AX에 유독 사활을 거는 것은 중국과 경합하는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TV·가전·배터리·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그룹 주력 사업 전반이 중국에 이미 추월 당했거나 거세게 추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AX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 지금까지 성공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며 전사적 AX 도입을 촉구했다.
실제로 ‘AX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실험도 했다. 사장단 회의 이후 열린 분임토의 과정에서 사장단들이 LG AI연구원의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논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 추출과 요약에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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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외이사 의장 체제 전환…“거버넌스 혁신”
같은 날 ㈜LG는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기는 ‘사외이사 의장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다. 이로써 구 회장은 지난 8년간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LG를 비롯해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헬로비전·LG CNS·HS애드 등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 가운데 LG전자·LG이노텍·LG화학 등 3곳은 여성 이사회 의장을 두며 이사회 다양성도 강화했다.
신임 ㈜LG 이사회 의장에는 회계·세무 전문가인 박종수 사외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임됐다. 박 의장은 한국세무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2023년부터 ㈜LG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감사위원회·ESG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등에 참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