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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팬데믹은 우리 백신·치료제로” 이건희 유산, 감염병 방파제 되다

중앙일보

2026.03.26 00:17 2026.03.2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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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제4회 감염병 연구기관 국제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 팬데믹은 우리가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26일 오전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제2회 이건희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사업 국제심포지엄’에서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외국과 경쟁해야 했고, 수입산 치료제를 애타게 기다려야 했던 기억을 되짚은 발언이었다.

이날 행사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의 기부로 시작된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 연구자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선대 회장 유족은 2021년 4월 의료 공헌 사업에 써달라며 1조원을 기부했다. 평소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해온 고인의 뜻을 잇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7000억원은 감염병 극복 사업에, 3000억원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각각 투입됐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1층 로비에 자리한 故 이건희 회장의 부조. 이 회장 유족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21년 1조원을 기부했다. 기부금 중 3000억원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7000억원은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에 쓰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은 코로나19 당시 3T(진단·추적·치료) 전략으로 피해를 줄이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 병상과 백신·치료제 자체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이른바 ‘이건희 유산’은 이런 공백을 메우며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는 감염병 대응의 방파제가 되고 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감염병 대응 역량은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요소로 위기 이전에 준비 역량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라며 “이건희 회장 유족의 뜻깊은 기부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적 투자로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부금 가운데 2000억원은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와 인프라 확충에 쓰이고 있다. 현재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국립중앙의료원은 팬데믹 대응 임상연구 인프라 구축, 팬데믹 시나리오별 필수의료 대응 등 10개 감염병 연구 과제를 진행 중이다.

5000억원은 국내 첫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설계 막바지 단계로, 2027년 상반기 착공해 2030년 완공할 예정이다. 150병상 규모로 일반병상과 중환자병상,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검사실 등을 갖춘 감염병 대응 거점으로 조성된다. 코로나19 당시 드러난 공공 감염병 치료 거점 부재를 보완한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감염병 전문 진료와 연구, 교육 기능을 아우르는 국가 핵심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제4회 감염병 연구기관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심포지엄은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26일에는 감염병 임상연구와 의료 대응 역량의 통합적 발전 전략을, 27일에는 AI 기반 감염병 신속 대응 기술 개발 전략을 논의한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심포지엄은 연구자와 의료기관, 정부를 잇는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임 청장은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치료제 신속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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