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4년제 대학인 영남대에서 트랜스아트를 전공해 예술가를 꿈꿨던 이인하(27)씨는 올해 과감하게 진로를 바꿔 포항대(전문대) 치위생과에 입학했다. 캔버스 위에 세밀한 선을 긋고 조형물을 다듬던 섬세한 손기술이 치석 제거와 같이 정교함이 요구되는 치과위생 실무에도 도움이 됐다.
이씨는 “포항대 치위생과의 실무 중심 교육 과정과 높은 취업률, 국가고시 합격률을 보고 학교를 골랐다”고 밝혔다. 학과장인 김지화 교수는 “병원에서 원하는 인력 규모에 비해 졸업생이 적어 적성에만 맞으면 대부분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높은 취업률을 보고 일반 대학을 중퇴하거나 졸업한 뒤 전문대를 찾는 ‘유(U)턴 입학’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6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U턴 입학자는 2018년 1500여명에서 올해 2500여명으로 8년 동안 66.7% 증가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연령에 관계없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입학생을 보면 전문대가 직업 교육 핵심 보루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문대는 앞으로도 성인 직업교육 확대와 고용 연계형 맞춤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으로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 졸업 뒤 10~20년이 지나서도 재입학하는 사례도 나온다. 경기 광주에 거주 중인 김현우(36)씨와 김주연(44)씨 부부는 올해부터 울산에 있는 춘해보건대에서 안경광학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창업을 시도했지만 벌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춘해보건대 안경광학과의 지난해 안경사 국가고시 합격률이 92.3%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고 한다. 또한 학교 측은 직장인 학생들을 위해 평일에는 온라인 수업을 하고, 실무 수업은 주말에만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국가고시에 합격해 안경사 면허를 딴 뒤 고향인 울산에서 안경원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교육훈련기관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유사한 U턴 입학 현상이 나오고 있다. 폴리텍대학의 지난해 입학생 5909명 중 25.2%(1489명)가 대학 졸업생 출신으로 나타났다. 2021년 16.8%이던 대졸 입학생 비율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도경 울산폴리텍대 교학처장은 “U턴 입학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스스로 입학을 택했기 때문에 열의가 높고 국가시험에 적극적이라 취업 성과도 좋고 학업 분위기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