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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장기화 '최악 시나리오'…PF 흔들·보험 28% 손실, 한은 경고

중앙일보

2026.03.2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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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6/뉴스1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쇼크’가 3분기 이상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 지방·저축은행의 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증권사·보험사는 최대 28%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 위기 상황을 가정해 국내 금융사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걸 뜻한다. 한은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 자산과 원화가치가 일시적으로 동반 급락한다면(비관 시나리오) 일부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은 하락하지만,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전쟁의 장기화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더 높은 고유가가 3개 분기 이상 이어지고 실물 경제 부진까지 겹치는 ‘심각’ 시나리오를 가정하자,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균열이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화 등으로 재무지표가 크게 나빠졌다(자본비율 하락). 지방은행의 자본비율은 중동 전쟁 이후 2년 뒤 12.7%로 지난해 3분기(15.8%)보다 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의 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15.7%에서 11.4%까지 4.3%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본 여력이 줄면, 손실흡수 능력이 줄면서 금융사의 건전성 부담이 커진다.

원자잿값 급등 직격탄을 받는 석유화학ㆍ철강 업종 중심으로 빚을 못 갚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 심각 시나리오에 맞춰 모의 계산을 한 결과 석유화학ㆍ철강 업종의 국내은행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7년 4분기 1.8%로 지난해 3분기(0.57%)보다 3.2배 뛰었다. 나머지 업종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0.57%에서 1.37%로 상대적으로 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자산 가격 하락 시 1차 충격은 증권사와 보험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자금 조달 비중이 크다. 담보가치 하락 시 기존 빚을 못 갚을 수 있다. 보험사는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 자산 가격 하락 시 평가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최대 자기자본 대비 17%, 28% 손실을 볼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도 증권사와 보험사의 평균 유동성 확보 비율은 100%를 웃돌아 유동성 위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중동 상황이 4주가 되어가고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불확실성이 조기에 끝나면 (여파는) 단기에 그치겠지만, 전쟁이 확전되면 실물경제와 금융 쪽의 영향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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