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부는 트럼프 바람…유럽보수 선거마다 '추풍낙엽'
伊멜로니 사법개혁 좌초…'친트럼프' 헝가리 총리, 슬로베니아 야당도 고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미국의 이란 선제공격과 전쟁 장기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판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유럽의 '친트럼프' 보수 진영이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사법개혁안 국민투표가 부결된 뒤 최근 악화한 중동 사태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2∼23일 사법개혁안 국민투표는 반대 53.25%, 찬성 46.75%로 부결됐다.
판·검사 간 직종 전환을 금지한 사법개혁안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담긴 만큼 이번 투표는 사실상 현 조르자 멜로니 정부의 신임 투표로 주목받았다.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던 이달 중순께다.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전쟁이 유가 급등과 에너지 위기로 번지면서 멜로니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주요국 중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밀착한 지도자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IPR 대표 안토니오 노토는 로이터통신에 "투표 전 약 10일간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10%포인트(p) 증가했다"며 "이렇게 응답률이 급등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데나·레지오에밀리아대 정치학자 마시밀리아노 파나라리는 "투표 직전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했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며 중동 사태로 둘의 친분이 부각돼 투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치러진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거듭 공언해온 야네즈 얀샤 전 총리가 집권 여당에 역전패했다.
얀샤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은 선거전 초반만 해도 진보 진영인 여당에 크게 앞섰지만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보수 진영에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을 닷새 앞두고 벌어진 이스라엘 첩보기업의 총선 개입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내달 12일 총선을 앞둔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반(反)우크라이나 정서에 편승한 선거 운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점점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전날 헝가리 여론조사기관 메디안에 따르면 야당 티서 지지율은 58%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여당 피데스 지지율은 같은 기간 35%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하면서 격차는 20%p에서 23%p로 확대됐다.
오르반 총리는 EU 내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르반 총리를 '환상적'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산 석유·가스 구매 제재를 면제해줄 정도로 오르반 총리를 적극 지지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총선 직전인 내달 7~8일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를 향한 차가운 시선은 미국 보수 진영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4일 치러진 미국 플로리다주 하원 87선거구 보선에서 이례적으로 집권 공화당이 민주당에 패배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대표적인 공화당 우세주다.
이를 두고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 주가 부진, 물가 상승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대화에서 애초 자신이 이란과 전쟁을 지속할 기간으로 잡은 4∼6주 시간표를 지켜줄 것을 보좌진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잇따른 '종전 임박' 공언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되면서 고물가·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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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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