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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영상 진술 증거 인정’ 합헌"…위헌 의견 더 많았다

중앙일보

2026.03.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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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3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진술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에서 남긴 진술 영상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을 받아 유지됐다. 하지만 정족수를 넘기지 못했을뿐, 재판관 중에 합헌보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다.

헌재는 26일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법률에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합헌 의견이 4명, 위헌 의견이 5명이었다.

이들이 심리한 조항은 성폭력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정신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할 때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진술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영상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은 A씨였다. A씨는 13세 미만 미성년 지적장애인 2명을 신체적으로 학대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선 피해자들 진술 영상이 유죄 증거로 채택돼 A씨는 2022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A씨는 진술 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방어권을 과하게 침해해 과잉금지원칙을 어겼다며 법원을 통해 헌재에 위헌성 판단을 구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김상환 헌재소장을 비롯해 정정미·정형식·김복형·오영준 재판관 등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장애인 피해자가 법정 진술 과정에 겪을 정신적 고통, 2차 피해를 방지할 필요는 있으나 성폭력 범죄에선 피해자 진술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고인이 반대신문으로서 진위를 다툴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애인 피해자의 가족, 변호인 등 신뢰관계인을 대신 신문할 수 있게 돼 있긴 하나 재판관들은 “이들은 원진술자가 아니므로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실질적 검증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 검찰 등에서 남겨진 진술 영상은 수사관 질문과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로 구성된 전문증거이기 때문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질답 중 발생한 표정 등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영상 중계 신문, 피고인 퇴정, 신뢰관계인 동석, 질문 사전 통제 등 피해자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적 수단이 있음에도 문제의 법 조항이 반대신문 기회를 전면적으로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두·조한창·정계선·마은혁 등 재판관 4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피고인 반대신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발굴하는 것이 돼야 하는데, 장애인 피해자에게 법정 진술을 강요하면 오히려 기억이 왜곡되거나 극도로 위축돼 진술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진술 영상엔 피해자의 음성과 말투, 표정 등 비언어적 정보까지 보존되기 때문에 반복적인 사후 검토가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진술 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 증인신문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선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재는 2021년 문제의 조항에서 19세 미만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이 진술한 영상도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부분은 2023년 10월 법이 개정되며 빠졌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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