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이란 전쟁을 사전에 알았다면 어떤 거래를 해두었을까. 아마도 금이나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를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기대와 크게 달랐다. 공습 개시 이후 금은 16%, 미 장기 국채는 5% 하락했다(3월 24일 기준).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5%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믿었던 안전자산이 포트폴리오 방어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키운 셈이다.
안전자산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해 포트폴리오 손실을 제한해주는 자산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아 기회비용이 크지만, 위기가 닥치면 빛을 발하는 ‘보험’ 같은 존재다. 금과 미 국채,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최근 시장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과거 위기의 성격에 따라 안전자산의 성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요 연구들에 따르면 미 국채는 경기침체나 금융위기에서 금리 하락과 함께 가격이 상승하며 대표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위기에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지정학적 충격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린다.
금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금융위기와 같은 거시경제 충격에서는 비교적 강한 안전자산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 충격 앞에서는 그 기능이 약화하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관건은 위기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중 어느 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느냐다. 이는 금리의 방향을 결정하고, 다시 안전자산의 성과를 좌우한다. 현재는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미국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이다. 그 결과 전통적 안전자산들이 동시에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더욱이 금은 지난해부터 투자 열풍에 투기 수요까지 겹치며 급등했던 만큼, 출구를 찾는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까지 더해지고 있다.
투자자는 위기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중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계속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은 인플레이션 충격은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성장 둔화 가능성은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며 금리 하락과 함께 안전자산이 반등할 수 있다. 반면 조기 종전 시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며 금리 부담이 줄어 안전자산은 반등할 여지가 있다. 결국, 경로는 달라도 금리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안전자산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