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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의 시시각각] 중국에 갇힌 애플, 노조에 잡힌 삼성

중앙일보

2026.03.26 08:16 2026.03.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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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콘텐트3부국장 겸 기업연구부장
애플이 다음 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슬로건, 독창적인 디자인과 이를 떠받치는 기술력,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 애플에 붙는 익숙한 수식어들이다. 여기에 최근 추가된 ‘원 모어 싱’이 있다. 중국에 완벽하게 포획된 미국 기업이라는 타이틀.

애플의 ‘탈중국’ 모색 쉽지 않아
삼성전자 노조, 5월 총파업 결의
보상 요구안 접하는 국민들 불편

스티브 잡스 생전인 1990년대부터 애플은 대만·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제조의 전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전략이었다. 애플은 하청업체가 쓸 장비를 직접 구매해 줬고, 근면성실하며 손끝 야무진 중화권 노동자들을 쥐어짜내 맹훈련시켰다(패트릭 맥기 『애플 인 차이나』). 탄탄한 부품 공급망에, 인건비를 후려쳐도 일할 사람이 넘치는 ‘소셜 덤핑(social dumping)’이 횡행하는 중국의 제조 기반에서 애플은 다르게 생각할 여유를 즐겼다. 삼성전자가 늘 비교당하는, 애플의 경이로운 30~40%대 영업이익률에는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이익을 나눠줄 필요 없는 사업 모델의 기여분이 작지 않다.

하지만 애플의 그 좋은 시절이 끝나 간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이혼 중인 지금 애플은 인도나 베트남으로, 일부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려 하지만 어떤 카드도 중국의 고효율 고숙련 노동을 대체하긴 어려울 거다.

애플의 미래가 만리장성에 갇혀 있는 사이, 삼성전자는 노조 문제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창립 49년 만인 2018년에야 첫 노조가 생긴 삼성전자로선 매년 강도가 높아지는 노조의 투쟁 의지가 곤혹스러울 것이다.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회사 노조는 2024년 사상 첫 총파업을 했고, 반도체 부문 노조가입률이 70%에 육박한 올해 다시 ‘5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둘 다 성과급이 문제였다. 메모리 반도체 값이 치솟는 요즘 같은 때 파업을 강행한다면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노조 주장의 핵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20%(SK하이닉스는 10%)를 성과급으로 나눠달라는 것이다. 호실적에 기여가 큰 메모리사업부는 1인당 4.5억원, 비메모리 사업부는 3억원 수준이다. 개개인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이나 주식 지급은 거부하고 현금을 고집한다.

여기엔 삼성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 수십 년간 매년 실적에 따라 현금을 나눠주는 1년짜리 잔치를 반복하다가 직원들이 회사가 주는 대로 고분고분 받던 무노조 시대가 끝나고 나서야 회사의 장기 성장과 직원 개인의 이익을 일치시킬 보상 제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기 성과 중심의 보상은 삼성이 글로벌 인재를 오래 붙들어두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어쨌든 이 협상의 승자는 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엔비디아·테슬라마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인재를 찾는 상황이라서다. 애플이 당장 중국을 떠날 수 없듯이, 삼성도 핵심 생산기지인 한국에서 직원들의 협력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반도체 노조들이 알아둬야 할 게 있다. 민간 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건 반도체 기업이 ‘한국의 금쪽이’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난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43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모든 정부는 수출 효자이자 국가첨단전략기술인 반도체를 육성해 왔다.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서도록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팹(반도체 공장)을 지방으로 옮겨 낙수효과를 확산하고 싶어 하지만, 여론은 정부의 압박에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까 더 걱정한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가 오롯이 임직원들만의 노력으로 이룬 것은 아니다.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 산업이건만, ‘5조원 이상 손해보기 싫으면 성과급을 쏘라’는 노조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주주도, 국민도 한숨이 나온다. 금쪽이들의 잔치는 빠르고 조용히 끝내는 게 답이다.





박수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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