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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른 수건 짜기’식 대응 넘어 에너지 믹스 혁신해야

중앙일보

2026.03.26 08:24 2026.03.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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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가격 통제, 절약 캠페인 등 단기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차량 5부제에 이어 주요 기업의 차량 10부제가 시행되고, 절전 조치가 이어지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응급 대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2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전기요금은 변경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전기 절약에 각별히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마른 수건 짜기’식 단기 대응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넘어선 ‘자원의 무기화’에 있다. 지정학적 충돌이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고, 그 충격이 생산 차질과 물가 급등 등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 처방 없이 단기 대응 조치에만 매달린다면 자원의 무기화라는 실존적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간 누적된 에너지 가격 구조 왜곡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묶어둔 것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역설을 낳았고, 한국전력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30년 만에 부활하고 유류세 인하 폭까지 확대하면서 가격 구조는 더욱 왜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절약 캠페인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정공법은 에너지 믹스의 재설계다. 정부가 원전 이용률을 80%대로 끌어올리고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재가동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값비싼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면 기저 전원인 원전 확대가 필수적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은 신속히 재가동하고, 선진국처럼 운영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상수가 됐다. 원전 활용 확대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확충을 아우르는 입체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가격 통제와 절약 캠페인을 넘어 에너지 믹스 혁신으로 발전시키는 게 에너지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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