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쿠제치(사진)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한국은 (이란의) 비적대국”이라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익을 얻는 어떤 활동도 이란의 제재 대상”이라며 미국과 거래하는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통행은 제한할 것임을 시사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비적대국 국가에 포함된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안하는 합의에 들어가지 않은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이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제해사기구(IMO)에 “비적대국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이후 한국이 비적대국에 포함된다는 것을 처음 확인한 발언이다.
이어 그는 “해협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이란 정부와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에서 이란 측이 한국 선박들의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3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이 투자해 생산한 원유를 실은 한국 선박들의 통행 문제와 관련해선 “전쟁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의 활동을 차단하고 제한하는 것은 이란의 방어 논리”라며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앞서 쿠제치 대사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갖고 있어도 미국 회사가 투자한 유전 시설을 이용하는 석유·가스는 항해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는 한국 선박 26척 중 미국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기업들과 관련된 선박은 해협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란 측으로부터 해당 방침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선박도 통항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2차 제재 성격의 조치는 지난 23일 양국 외교장관 통화 등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국 간 본격적인 선박 통항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선 이란이 IMO에 보낸 서한 내용을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이처럼 호르무즈 통행 가능성을 내세우며 비적대국에 손짓하는 반면, 미국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은 25일 “현재 미국과의 대화는 전혀 없다”고 협상 진행을 부인했다.
앞서 24일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과의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작전의 핵심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고, 처음부터 이 중대한 임무 완수에 4~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또 이달 말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미·중 정상회담이 5월 14~15일로 조정됐다고 밝혀 그 전에 종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동시에 이란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옥을 불러올 준비가 돼 있다”고 강도 높게 압박했다.
한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26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이끌었던 알리레자 탕시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사령관이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에서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