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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옆 치유온천 어때요"…지자체, 전국 1호 '은퇴자 마을' 경쟁

중앙일보

2026.03.26 13:00 2026.03.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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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부곡온천 한울공원 족욕체험장에서 지난 17일 주민들이 노천 온천 족욕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피가 돈께(도니까) 피로가 싹 풀리네.” 지난 17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부곡온천관광특구(이하 부곡온천)에 있는 족욕장. 70~80대 어르신들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수온은 41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10여분 사이, 두 발은 불그스레 달아올랐다. 주민 이재만(70)씨는 “등에도 땀이 나네”라고 말하며 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씨는 “여기 귀촌한 지 3년 됐는데 찌뿌둥하다가도 온천 한 번 하면 쌩쌩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온천 휴양지인 부곡온천은 원수(原水) 온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78도를 자랑한다. 치유효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이면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약 1.6배인 부곡온천(4.8㎢)이 휴양객들로 붐빈다. 온천수가 나오는 호텔은 빈 객실을 찾기 어렵다. 지난 한 해에만 창녕 인구의 약 55배인 300만명이 다녀갔다.

올해 경남도·창녕군은 부곡온천 일대를 ‘경남형 웰니스 은퇴자 마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은퇴자 마을은 주거와 의료·돌봄·문화·여가 등 여러 생활 편의시설을 한데 모은 노인 주거 복합단지다. 경남도는 부산·대구·울산 등 대도시와도 1시간대 생활권인데다 온천과 파크골프장·골프장(여가), 국립부곡병원(의료) 등 고령층 선호 시설을 갖춘 창녕이 은퇴자 마을 입지로 적합하다고 본다. 지난 4일부터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다. 김득년 부곡온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은퇴자는 물론 그들 자녀·손주가 찾아와 온천 등 휴양을 즐기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은퇴자 마을 조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다. 내년 3월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사업 설명회와 공모를 진행하기까지 1년 가량 남았다. 지자체들은 ‘전국 1호’ 타이틀을 선점하려 일찌감치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선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마중물로 기대해서다.

강원 춘천시는 주거·의료·돌봄 기능을 결합한 ‘춘천형 웰에이징 타운’ 조성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15∼20분 이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의료 인력을 배치하고 스마트 헬스케어를 연계한 은퇴자 전용 주거복합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해 전담 조직도 꾸렸다. 강원 원주시도 지역 강점인 첨단 의료 인프라를 결합한 ‘원주 은퇴자 맞춤형 미니 신도시’ 조성을 준비하려고 지난해 9월부터 기본구상, 입지타당성, 유치전략 등 3개 전문 용역을 동시에 추진했다. 충북 제천시·단양군은 청정 자연환경과 관광 자원을 활용한 은퇴자 마을 조성 계획을 수립 중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시는 전체 인구 22%가 고령인구인데 노인 주거복지시설은 2곳에 불과하다”며 “은퇴자 마을은 중장년에게는 미래 준비이고, 청년 세대에게는 부담이 아닌 희망이 되는 구조의 주거·생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부곡로얄호텔 가족탕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은퇴자 마을은 갈수록 심화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24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고, 국가데이터처는 2050년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0.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은퇴자 마을과는 별개로, 고령층의 전문 경력을 살리는 동시에 주거·돌봄 문제도 해결하려는 지자체도 있다. 경북도가 오는 6월 안동시에 완공하려는 ‘K-과학자마을’이다. 은퇴 과학기술인이 거주하며 연구도 할 수 있도록 2만8000㎡ 부지에 47개동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한다. 에너지·IT·바이오·기계 등 과학기술 인력 40여명을 선정, 1인당 연간 4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하고 주거 공간도 무료로 제공한다.

정연우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낸 ‘은퇴자 주거복합단지 조성방안 연구’에서 “(노인이) 건강한 상태에서 간병이 필요한 상태까지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단순 노인주택이 아닌 의료·돌봄·문화·여가·생활지원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커뮤니티가 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를 계획하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와 응급대응 체계 구비, 세대 간 교류와 평생학습이 가능한 문화공간 조성, 그리고 민관협력형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안대훈.박진호.최종권.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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