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신제품 공개 때마다 앞세우는 수식어다. 26일 LG전자는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했고, 삼성전자도 내달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력 뒤 속사정은 위태롭다. 저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태계를 독식한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데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중화는 수년 째 지지부진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매출 기준)을 보면 중국 TCL(13.1%)과 하이센스(10.9%)가 삼성전자(29.1%)와 LG전자(15.2%)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일본처럼 TV 사업에서 아예 힘을 빼지도 못한 채, 돌파구 찾기에 나선 삼성·LG의 셈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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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기술력 뽐낸 LG, 현실은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고객경험(CX)담당(상무)은 이번 신제품 발표회에서 “OLED에 한해선 성능 우위를 가져갈 자신이 있다”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TV 시장에서 OLED 비중은 현저히 낮다.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으로는 3.1%, 매출액 기준으로 봐도 11.3%에 불과하다. 지난해 만들어진 TV 2억대 중 OLED 제품은 600만대뿐이다. OLED 대중화가 예상보다 크게 더뎌지면서 매출도 고꾸라졌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의 MS사업본부는 지난해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문은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두 기업은 다시 프리미엄을 입힌 LCD TV를 들고 나왔다. 이날 LG전자는 LCD 패널 뒷면에 들어가는 백라이트 광원을 백색 대신 적색(R)·녹색(G)·청색(B)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화질을 높인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인 것처럼 LG전자도 다시 LCD 시장 전선을 넓히겠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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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잃은 일본, 한국이 끝까지 ‘버티는’ 이유는
과거 ‘가전 명가’로 군림했던 일본 TV 산업은 사실상 중국에 백기를 들었다. 도시바의 TV 사업은 2017년 중국 하이센스에 인수됐고, 최근 소니마저 중국 TCL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이곳에 TV 사업을 모두 이관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TV 사업 철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척박해진 TV 시장을 사수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일본 TV 제조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방향을 튼 반면, 한국 기업은 여전히 디스플레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술력을 과시하려면 TV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삼성은 전체 브랜드의 위상을 위해, LG는 가전이 뼈대인 만큼 당장의 핵심 수익원으로서 TV 사업을 놓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TV시장이 OLED 중심으로 성장할 거란 기대감 ▶인도,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중심 신흥시장) 잠재 시장이 남아있다는 판단 ▶전장(자동차 전자·전기장비)·로봇 산업이 과도기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TV가 아직은 수익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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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장벽 낮추고 ‘OS 플랫폼’ 주목해야
장기적 생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OLED 가격장벽 완화’와 ‘플랫폼 생태계 확장’이다. 우선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백선필 상무는 “ OLED TV는 자동차로 치면 람보르기니가 아닌 렉서스급”이라며 “아반떼 수준까진 아니어도, 약간의 예산만 더하면 누구나 닿을 수 있는 영역까지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전력 제어 기술 고도화로 발열과 부자재를 줄여 원가를 절감했고, 올해 프리미엄 라인인 ‘OLED 에보’ 신제품 가격을 전년보다 최대 131만원이나 내렸다.
자사 TV 운영체제(OS) 확대를 통해 광고와 콘텐트 수익을 올리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아마존의 OS에 의존하는 중국 업체들과 달리, 삼성과 LG는 각각 독자 생태계인 ‘타이젠 OS’와 ‘웹OS’를 구축해 나란히 플랫폼 관련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