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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혼잔데 삼계탕 3마리 반?"…'살인 집단' 잡은 수상한 주문

중앙일보

2026.03.26 13:00 2026.03.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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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테랑-끝까지 잡는다
중앙일보와 경찰청이 경찰 내부 공모를 통해 베테랑 형사들의 알려지지 않은 ‘인생 사건’을 ‘ 더중앙플러스-더 베테랑’에서 전해드립니다. 본 기사에 등장하는 상호는 사건 재구성을 위해 실제 사건과 관련 없는 가명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강남 주류도매상 살인 사건 1화 요약
“아, 아저씨 배가… 아저씨, 배 좀 봐요!”

물컹한 장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남성은 급히 손을 배에 갖다 댔지만 너덜너덜한 피부 사이로는 피가 그치지 않았다. 복부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몸 여기저기 칼로 난자당한 상처가 가득했다. “억” 하는 비명과 함께 남성의 몸은 차가운 길 위로 무너져 내렸다.

1998년 3월. 3인조 떼강도가 서울 강남 한복판 한 주류도매상 사무실을 덮쳤다. 이들은 대금을 정산 중이던 직원들을 칼로 협박해 현금 약 16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쓰러진 이는 강도들을 뒤쫓아 육탄전을 벌이다가 흉기에 찔린 40대 주류도매상 주인이었다.

강남경찰서 강력반에 온 지 1년. 막내 김흥남 형사는 짧은 시간에 살인사건을 여럿 겪었지만, 이런 피 냄새는 처음이었다.

“난장을 쳤네. 얼굴은 봤대?”

“남자 세 명인데 죄다 마스크랑 모자로 얼굴을 가렸고, 다짜고짜 칼부터 내밀어서 얼굴은 전혀 못 봤답니다”

“프로네 프로.”

현장에선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듯했던 순간, 사건 현장 인근에서 모자 한 개를 줍게 되는데…

▶ 1화의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저씨 배가!” 강남 피칠갑 시신…그 살인마 야구모자 속 5글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122

강남 주류도매상 살인 사건 2화


1998년 3월 26일 오전 9시, 사건 발생 16일째.

아침 식사를 하던 형사들이 식당 입구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일제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반장님, 자백했습니다. 삼촌이랍니다.”

" 사실 그 모자 우리 삼촌이 가져갔는데… 연락이 끊긴 지 좀 오래됐어요. "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더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삼촌이라는 A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급히 추적한 경찰은 경기도 의정부의 한 지역을 특정했다. 수사팀이 모두 달라붙어 A씨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졌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1998년 3월 27일, 사건 발생 17일째.

수사팀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A씨 추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A씨 휴대전화 번호로 통화한 기록을 가능한 전부 조회했다. 범행 전후로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번호 2개가 특정됐다.

“반장님, 얘네 청송인데요?”

A씨, 그리고 A씨와 자주 연락한 번호 주인의 전과를 조회해 본 한 형사가 말했다. 이들이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기록을 확인한 것이다. 보호감호는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자들의 경우 형기를 마쳐도 별도 시설에서 추가로 더 격리하도록 한 제도였다. 현재는 이중처벌 논란 속에 사라졌다.

A씨가 범인이라면, 그리고 그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청송 출신이라면? 본능적으로 보나, 데이터로 보나 이들 ‘청송 패밀리’가 이번 사건을 함께 꾸몄을 확률이 높았다.

1998년 3월 28일, 사건 발생 18일째.

경찰은 공범으로 특정한 ‘청송 패밀리’ 중 한 명인 B씨가 광주의 한 갱생원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갱생원이란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을 때 머물도록 해주는 일종의 쉼터 같은 시설이다.

“일단 잡지 마.”

김 형사가 속한 수사팀은 B씨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B씨가 갱생원 인근의 한 주공아파트를 자주 방문한단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해당 집에는 젊은 여자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정황상 B씨의 애인이 사는 집일 가능성이 컸다.

“감청 신청해.”

수사팀은 해당 아파트에 있는 유선전화 감청에 들어갔다. 강력한 용의자를 눈앞에 두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지루한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삼계탕 3마리 반”… 검거 작전 이끈 전화 주문 한마디
1999년 4월 2일 오전, 사건 발생 23일째.

수사팀이 광주에 내려온 지도 벌써 3주가량이 흘렀다. 감청에 매달린 지는 1주일가량 지나가고 있었다. 수사비는 이미 바닥이 났다. 매일 교대로 인근 파출소 휴게실에 틀어박혀 통화 내용을 감청했다. 하지만 건질 만한 것은 없었다.

“일단 들이닥쳐봐야 하는 거 아니야?”

김 형사와 동료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잠깐. 얘네 뭐 시키는데?”

침묵이 이어졌던 헤드셋 너머에서 오랜만에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잡혔다.

“삼계탕 3마리 반요.”

이젠 익숙해진 여자 목소리였다.

“에라이, 삼계탕 시켜먹는단다. 우리는 이렇게 뺑이 치는데 잘도 먹네. 3마리 반이라니.”

뭔가 큰 이야기를 기대했던 선배 형사는 허탈한 듯 웃었다.

(계속)

“잠깐, 3마리 반이요?”

막내 김 형사의 눈이 반짝였다.
잔혹한 청송패밀리를 단번에 검거할 수 있었던 이유.
혼자 사는 여자의 ‘삼계탕 세마리 반’ 주문에 숨겨진 비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420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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