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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덧붙일게요"…여당이 야당 논리에 힘 싣는 '기묘한 상임위'

중앙일보

2026.03.26 13:00 2026.03.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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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산회 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렇게 설명을 해야 도입 취지가 야당 위원님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겠느냐.”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설명을 못 해 정 간사님을 고생시킨다.”(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지난 16일 국회 본관 431호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의장.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과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한국형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 도입 후속 법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형 BDC는 개인 투자자가 상장주식 매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비상장 기업 공모펀드 투자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여야는 이날 BDC에 배당소득 과세특례를 신설하는 세법 조문을 두고 금융위 담당 과장에게 법안 내용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앞다퉈 쏟아냈다.

이날 소위원장이었던 박 의원은 매 심사 법안마다 법조인 출신인 오기형·이소영 민주당 의원에게 국민의힘 의원들 이상의 충분한 발언 기회를 줬다. 옛 기재부 출신인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 같은 부처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부연 설명을 더하기도 했다. 정태호 의원은 정부 설명이 부족할 때마다 “나 금융위원회 지금 답답해 죽겠다”며 박수영 의원이 정부·여당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도왔다.
정태호 소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기재위에서 재경위로 명칭이 바뀌기 이전부터 정태호·박수영 양 간사가 이끄는 이 곳에서는 여야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비교적 원활한 정책 논의를 해 왔다는 게 복수 위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재경위는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한국은행 등 정부 경제 정책을 다루는 핵심 부처들을 소관한다. 지난 9일 대미투자특별법의 여야 합의를 주도한 곳이 이곳 재경위였고, 무역 수지와 직결된 ‘환율 3법(조세특례제한법·농어촌특별세법 개정안)’ 역시 두 간사 주도로 17일 재경위 문턱을 넘었다.

여야 간 고성과 인신공격성 말싸움, 입법 독주와 상임위 보이콧이 횡행한 22대 국회에서 보기 드문 합의 처리를 계속해온 배경에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신뢰가 있었다는 게 양 간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태호 의원은 통화에서 “기대한 만큼 속도가 안 나는 법안도 있기는 하지만 재경위는 문제가 없다”며 “법안 처리 가지고 야당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일부 양보하면서 저 당 지도부를 설득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있었다”고도 했다.

국익이 정쟁에 우선한다는 공감대도 여야가 공유했다. “치열하게 논의하되, 결국에는 처리해야 한다”(민주당 재경위원)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은 “재경위는 반 발자국씩 양보해가며 통과시키자는 쪽을 택한 것”이라며 “대미투자특별법을 두고 당 지도부가 민주당 독주를 문제 삼았고 ‘드러누우라’는 압박도 있었지만, ‘이런 사안에 드러눕는 건 당에도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도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재경위원장인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의원 역시 “지금 우리 상임위는 대한민국 경제 컨트롤타워”라며 “재정과 거시 경제 전반이 무너지면 나라의 심장이 무너진다. 소통, 경청, 공감을 늘 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이런 재경위 풍경은 국민의힘을 “입법 방해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정청래 지도부나, 민주당을 “의회 독재”로 낙인찍는 장동혁 지도부의 태도와 온도차가 크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상임위원장이 문제”라며 상임위원장 100% 독식을 예고 중이지만, 이재명 정부들어 재경위에서는 471건의 법률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회의 횟수가 법사위의 절반 수준임에도, 성과의 질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셈이다.

재경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는 지도부의 상임위 독식 방침에 “특정한 의견을 얹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민주당 내부에는 “재경위 뿐 아니라 외통위 등도 모범적이다. 독식 주장은 엄포”(친명계 중진)라는 시선이 적잖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입법부가 법안 통과를 잘 안 해준다고 한 것을 민주당이 ‘국민의힘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오히려 다수 의석을 장악하고 있는데 소통과 타협이 이렇게까지 안 되느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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