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유승민 전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투입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의 요청에도 유 전 의원은 꿈쩍도 안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결정되는 4월 초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의 투톱인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근 유 전 의원에게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 전화를 했다고 한다. ‘경기지사 출마’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이 힘들 때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의 설득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도 유 전 의원을 접촉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주요 인사가 설득에 나섰지만 유 전 의원은 출마와 거리를 두고 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26일 통화에서 “불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이 출마에 소극적인 이유는 “‘윤 어게인’ 등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국민의힘의 현주소”가 원인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짠물 당원’이 가득한 국민의힘에서 중도 보수에 가까운 유 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선거에 나갈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유 전 의원을 데려오고 싶다면 삼고초려를 하든, 집 앞에서 기다리든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수도권 의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보다 어떻게 더 적극적일 수 있느냐”는 지도부의 고민도 상당하다. 지도부 인사는 “전화까지 하며 만나자고 하는데, 유 전 의원이 응하지 않는 것을 어쩌겠느냐”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데는 당 안팎의 상황도 작용했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의원 등이 이미 경기지사 후보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공천 신청자가 있는데 이들을 무시하고 지도부가 유 전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찾아가는 등 더 적극적 행보를 하기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앞장서 비판해온 유 전 의원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섭외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초선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은 유 전 의원을 반기지 않을 것이 명확하다. 또 장동혁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유 전 의원과 강성 지지층이 서로 어울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장 대표 주변에선 “늦어도 4월 중순이 되면 장 대표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미애·한준호·김동연 예비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민주당 경기지사 본경선은 다음달 7일에 결과가 나온다. 만일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가 진행되고 그 결과는 다음달 17일에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경파 이미지가 강한 추미애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유 전 의원 입장에서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장 대표 입장에서도 유 전 의원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공관위원은 “유 전 의원의 경제 지식과 전문성은 추 의원을 압도한다. 추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결정되면 유 전 의원이 출마를 결단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에게 험지로 통하는 경기도 민심은 최근 국민의힘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면접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천·경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7%, 국민의힘은 15%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은 누가 경기지사 후보로 나오든 이길 것 같은 축제 분위기인 반면 국민의힘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메기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