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26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출석했다. 마두로 측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변호사 선임권이 침해됐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월 미군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체포된 마두로 부부는 이날 두 번째로 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지색 죄수복 차림에 통역용 헤드폰을 쓴 마두로 부부는 재판 내내 메모를 하며 심리 내용을 경청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었다. 마두로 측 배럭폴락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자비로 변호사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므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금 지출이 막혀 있어 원하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으므로, 이는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이 베네수엘라의 부를 약탈했다”며 정부 자금으로 변호사비를 대는 것은 제재 무력화이자 국가 안보 위반이라고 맞섰다.
사건을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원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가 맞고 방어권이 최우선”이라며 마두로 측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국선이 아닌 사설 변호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헬러스타인 판사는 “변호사 선임 비용 문제로 사건 자체를 기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 과정에서 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변호인이 부인 플로레스를 ‘영부인’이라 부르자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 법정에서 사용할 직함(title)은 없다”고 즉각 질책했다. 플로레스 측은 심장질환을 이유로 초음파 검사 등 의료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원 밖에서는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과 처벌을 촉구하는 반대파의 시위가 엇갈렸다. 지지자들은 “미국이 석유를 노리고 대통령을 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측은 “마두로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며 설전을 벌였다.
마약 테러 공모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마두로 전 대통령은 첫 심리 당시 “나는 납치된 것”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