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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 안지키고 독감 교사 근무하게 한 유치원…사직서 임의 작성 등 감사

중앙일보

2026.03.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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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독감 걸린 상태에서 근무를 계속하다 교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치원 측이 질병관리청이 마련한 감염병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해당 교사에게 업무를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당국은 지침 미준수를 비롯해 유족 측이 제기한 ‘사직서 임의 작성’ 의혹 등 사건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A씨가 가족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독자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4일 숨진 교사 A씨(25)가 근무했던 경기 부천 한 사립유치원은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마련한 ‘2025 시설별 인플루엔자 관리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학교보건법 등을 토대로 마련된 이 지침에는 ‘감염병을 앓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 또는 교직원에 대해 등교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등교·등원·출근 중지 기간은 해열제 없이 정상체온을 회복한 후 24시간이 경과할 때까지다. 해열제를 투약한 경우 마지막 해열제 투약 시점부터 48시간 이상 경과를 관찰한 후 출근할 수 있다. 지침 내용은 권고 수준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며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행정처분을 받진 않지만, 관련 메뉴얼이 있음에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감사나 소승 등 과정에서 유치원 측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A씨는 토요일인 지난 1월 24일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후 감기 기운을 느꼈다. 화요일인 27일부터는 38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고, 퇴근 후 찾은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치원 측은 A씨가 독감에 확진된 사실을 알면서도 병가나 휴식을 권유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게 했다. 아이들에게 감염될 우려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에게 이를 알리지도 않았다. 당시 유치원 측은 “괜찮아졌다”는 A씨의 말을 듣고 병가를 권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감 확진 3일 후인 30일까지 근무를 계속하던 A씨는 체온이 39.8도가 넘자 유치원에서 조퇴했다.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A씨는 지난달 14일 끝내 숨졌다.

사망 후 대응 과정도 논란이다. 유치원이 유족 동의 없이 A씨의 사직서를 임의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 측이 부천교육지원청을 통해 확인한 지난달 10일 자 사직서에는 숨진 A씨의 서명이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우리는 딸의 사직 처리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유치원 측이 임의로 딸이 숨지기 전 날짜로 사직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독감 확진 전후 A씨 근무표. 사진 독자

교육 당국은 A씨 사망 경위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감사 부서에서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교육지원청은 감사에서 사직서 위조가 사실로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유치원 측 법률대리인은 “독감 확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체 교사를 쓰면 학부모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꺼렸던 것 같다”며 “병가를 권유하지 않은 판단에 아쉬움은 있다. 유족께 죄송할 따름이고,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사직서 임의 작성 의혹을 두고는 “실의에 빠진 유족에게 A씨 사망진단서를 요구하기 어려워 사망 전으로 퇴직 처리를 했다”며 “유족 측 의사를 묻고 사직서를 작성했다. 다만 임의 서명은 법적 지식이 부족한 유치원 관계자들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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