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경기 광주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열린 플라스틱 업체와의 현장 간담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고 그 다음주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논의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 계획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가 31일 제출 예정인 25조원 규모의 추경안 심사 일정을 논의했으나 결렬됐다. “9일 본회의서 의결돼야 한다”(이소영 의원)는 민주당과 “(4월 임시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먼저 하고 (추경을 위한) 예결위를 열어야 한다”(박형수 의원)는 국민의힘이 맞서면서다.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추경안은 다음달 16일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현장 간담회 중 협상 결렬 소식을 들은 한 원내대표는 “대정부 질문이 왜 긴급한 추경 예산 투입보다 급한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이 현장에 와 보면 답을 바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종사자들이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라고 한다”며 “날을 새서라도, 주말에 상임위를 가동해서라도 즉시 예산을 투입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을 ‘전쟁 추경’으로 규정하고 빠른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공급에 비상이 걸린 나프타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겠다고 했지만, 대러 제재 때문에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석유 수입원 다변화는 장기 대책이다. 한국 정유업계가 중동 수입 원유를 정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미국산 원유를 들여와도 정제 효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해, 지금 추경하지 않으면 소비 위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다른 원내 관계자)이라는 우려도 빠른 추경론을 뒷받침한다.
민주당은 현장 간담회에서 플라스틱 제조 업계의 고충을 들은 뒤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이 수출 제한 품목인 나프타로 가공한 합성수지 등을 해외로 판매해 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은 “석화 제품도(수출 제한에)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급 차질 우려에 원료 값이 올랐지만, 완성품 납품 대금은 동결됐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복수의 참석자는 “플라스틱 용기를 구입하는 식품업체들은 ‘전쟁은 단기간에 끝난다’며 납품 대금 인상을 거절했다”고 성토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를 두고 “중소기업이 독박 쓰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이브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원활하게 하도급 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불발 시 급격한 원유 값 상승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납품대금연동제와 관련된 법안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