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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發 인플레 압력…긴축 시계 빨라지나, 美 연말 인상 확률 52.1%

중앙일보

2026.03.27 02:08 2026.03.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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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1.59포인트(p)(0.40%) 내린 5438.87, 코스닥은 4.87p(0.43%) 오른 1141.51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7원 오른 1508.7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6.3.27/뉴스1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국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유가발 물가 상승 압력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4.41%를 기록했다. 중동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연 3.95%)과 비교하면 한 달 새 0.5%포인트 가까이 급등(국채값 하락)한 것이다. 이날 2년 만기 국채금리도 연 4% 선까지 올라 기준금리 상단(3.75%)을 훌쩍 웃돌았다. 시장이 인하 기대를 접고 ‘고금리 장기화’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유럽 국채금리도 크게 들썩였다. 이날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3.07%로 전날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0.14%포인트 오른 연 4.97%를 나타냈다. 특히 영국 10년 만기 국채는 이달 23일 연 5.05%까지 치솟으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속에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ㆍ이란 전쟁의 조기 종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국제유가 급등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26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7% 오른 배럴당 108.01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4.6% 상승한 94.48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각각 49%, 41% 급등했다.

김영옥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다. 석 달 전보다 1.2%포인트 상향된 수치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도 기존 2.8%에서 4%로 대폭 상향했다. OECD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진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9.3%로 보고 있다. 반면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은 52.1%로, 동결 전망을 넘어섰다. 일주일 전(29.2%)보다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다.

유럽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내 세 번 이상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4월에 ECB가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분명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향후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겠지만, 경기 둔화로 인해 금리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대응의 부담은 배로 커지고 있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에서 전날보다 1.9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508.9원에 마감했다. 사실상 1500원대 환율이 새로운 기준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증시 변동성도 커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전날보다 4% 넘게 떨어지며 5200선까지 후퇴했다가, 오후에 낙폭을 일부 만회해 전날 대비 0.4% 내린 5438.87에 장을 마쳤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에 터보퀀트 충격이 더해진 영향이 크디. 터보퀀트는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여준다’는 구글의 새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이 3조8881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2조7127억원)과 기관(7776억원)의 순매수로 간신히 버텨냈다. 외국인 매도세 영향으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8.9%로 낮아지며 2013년 10월 1일(48.87%)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성장 하방 리스크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성장과 물가 간 균형을 맞추는 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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