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를 정말로 올릴까.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새벽 X(옛 트위터)에 국가별 보유세 현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고,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세제든 금융이든 규제든 0.1%의 물 샐 틈도 없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층 커진 의문이다.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정황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보유세·거래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탄 도시인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17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문제는 마지막 수단이다. 전쟁으로 치면 핵폭탄 같은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 시점은 보유세 인상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25일 MBN 인터뷰에서 “보유세는 부동산 문제가 잡히지 않는다면 쓸 수 있는 ‘히든카드’”라며 “아직은 (카드를)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버튼을 누를 듯 말 듯한 미묘한 시그널에 시장의 긴장감은 이미 커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부동산 매물은 10만9053건(10일)→11만2303건(25일)으로 보름 만에 3.0% 증가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8.2%)와 서초구(6.6%), 광진구(5.9%), 용산구(5.7%) 매물이 크게 늘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대통령이 앞장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행태”라며 “정말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면, SNS 여론몰이가 아니라 정책으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공론화하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과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밤이나 이른 아침에 X 메시지가 올라오다 보니 즉흥적인 메시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올리는 부동산 정책 메시지는 대체로 참모들과의 토론을 반영해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실장을 중심으로 참모들끼리 부동산 정책을 실시간으로 논의하는 텔레그램 대화방도 운영 중이다.
향후 보유세를 올릴지, 더 나아가 초고가 1주택자에게도 응능부담(應能負擔·능력에 따른 부담)의 원칙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지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슨 거대한 플랜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 시점에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정책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정해서 밀고 나가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 중심의 6·27 부동산 대책이나 10·15 공급 대책,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면 거론 등의 과정 모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 역시 청와대 안팎에선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간주하는 기류다. 이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바둑에서 포석(布石·중반전 싸움이나 세력 형성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놓는 일) 두 듯 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취미는 바둑”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과정의 여론 변화와 정책 미스를 이미 수십 번 복기하고, 상대의 행마(行馬)에 맞춰 시시각각 필요한 수를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결국 부동산은 심리전에 가깝다”며 부동산 가격 담합·조작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히 제재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