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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 SNS인 줄 알았더니…'바둑 고수' 李의 부동산 심리전

중앙일보

2026.03.27 13:00 2026.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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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를 정말로 올릴까.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새벽 X(옛 트위터)에 국가별 보유세 현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고,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세제든 금융이든 규제든 0.1%의 물 샐 틈도 없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층 커진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11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정황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보유세·거래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탄 도시인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17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문제는 마지막 수단이다. 전쟁으로 치면 핵폭탄 같은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 시점은 보유세 인상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25일 MBN 인터뷰에서 “보유세는 부동산 문제가 잡히지 않는다면 쓸 수 있는 ‘히든카드’”라며 “아직은 (카드를)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버튼을 누를 듯 말 듯한 미묘한 시그널에 시장의 긴장감은 이미 커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부동산 매물은 10만9053건(10일)→11만2303건(25일)으로 보름 만에 3.0% 증가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8.2%)와 서초구(6.6%), 광진구(5.9%), 용산구(5.7%) 매물이 크게 늘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대통령이 앞장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행태”라며 “정말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면, SNS 여론몰이가 아니라 정책으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공론화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과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밤이나 이른 아침에 X 메시지가 올라오다 보니 즉흥적인 메시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올리는 부동산 정책 메시지는 대체로 참모들과의 토론을 반영해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실장을 중심으로 참모들끼리 부동산 정책을 실시간으로 논의하는 텔레그램 대화방도 운영 중이다.

향후 보유세를 올릴지, 더 나아가 초고가 1주택자에게도 응능부담(應能負擔·능력에 따른 부담)의 원칙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할지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슨 거대한 플랜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 시점에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정책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정해서 밀고 나가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 중심의 6·27 부동산 대책이나 10·15 공급 대책,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면 거론 등의 과정 모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 역시 청와대 안팎에선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간주하는 기류다. 이 대통령을 잘 아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바둑에서 포석(布石·중반전 싸움이나 세력 형성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놓는 일) 두 듯 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취미는 바둑”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과정의 여론 변화와 정책 미스를 이미 수십 번 복기하고, 상대의 행마(行馬)에 맞춰 시시각각 필요한 수를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결국 부동산은 심리전에 가깝다”며 부동산 가격 담합·조작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히 제재하라고 당부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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