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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자 "물건 버려주세요"…아들은 오지도 않고 집 팔았다

중앙일보

2026.03.27 14:00 2026.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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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시골 주택가, 단층짜리 집에서 60대 후반 여성이 숨졌다.
부동산 업체 직원의 의뢰였다.

언덕을 끼고 지은 집이었다.
처음엔 2층인가 싶게 약간의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꽤 넓었다. 관리도 잘돼 있었다.
거실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졌다.

뒤쪽 쪽문으로 나와 보니 반지하 같은 구조였다.
경사면을 깎아 지은 집이라 현관은 1.5층, 뒷문은 반지하 느낌이었던 것이다.

집 안에서 계단을 오른 것도 아닌데 들어왔다 나갈 때 1층 정도의 높이가 달라진 느낌이 묘했다.
옛날식 촌집이 아니었다.
지은 지 오래되긴 했으나 신축 당시엔 꽤나 신경 써서 설계한 것 같았다.

집 밖으로 나가 한 바퀴를 둘러보니 뒤쪽으론 언덕 때문인지 담벼락이 더 불뚝 솟아 보였다.
단독주택에 오래 산 사람들은 바깥에도 물건이 많다.

아파트라면 화분이 대여섯 개만 있어도 많아 보이는데 주택은 그렇지 않다.
마당이나 통로에 화분을 조금씩만 둬도 한데 모아 보면 개수가 엄청나다.
그리고 꼭 창고가 있다.
마당에서 쓰는 조경 장비들, 계절마다 꺼내 쓰는 물건,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 쌓아둔 폐품들.

이런 주택들은 작아 보여도 보통 원룸 3, 4채를 청소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짐이 나온다.
더구나 혼자 살아도 여성의 짐은 늘 많다.
하루에 끝낼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
견적이 더 나온다는 말이다.

내게 의뢰한 부동산 업체와 통화를 했다.

“유족분과 지금 통화가 될까요? 일량이 꽤 많을 것 같네요.”

“그냥 저랑 말씀하시면 됩니다. 제게 다 일임을 하셔서….”

허윤주 디자이너

알고 보니 그 부동산도 동네 업체가 아니었다.
타지에 사는 아들이 그 지역 부동산에 의뢰했던 것이다.
아들이 의뢰한 건 유품 정리가 아니라 단지 엄마가 살던 집의 ‘매매’였다.

‘집을 팔아야 하니 짐을 다 버려달라.’

엄마가 살던 집엔 와보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매매가나 유품 정리 비용이나 다 부동산의 재량이었다.

고인의 나이가 아직 많지 않은 60대 후반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건지, 예전에 이혼을 한 건지….
꽤 오래 살았을 집엔 남편이나 아들, 남자의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매매를 한다고 했으니 깨끗하게 비워내야만 했다.
얼마나 더 많은 짐이 있을지 걱정하며 마당 반대편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악!”

코너를 먼저 돌아간 우리 직원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왜? 거기에도 짐이 있어?”

“여기…, 여기 죽어있어요.!”

높은 담장과 집 사이 안쪽에 작은 집 같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곳에는 또 다른 생명 하나가 죽어 있었다.

(계속)


부동산 업체와 다시 통화했다. 그래도 조건은 똑같았다.


‘모조리 남김없이 버려주세요’

단독주택, 뻥 뚫린 공간. 탈출하지도 않고 그 자리서 죽음을 택한 생명은 누구였을까.
엄마의 죽음 뒤 부동산에 집부터 내놓은 아들의 이야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403


김새별.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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