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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형사사건 성공보수' 부활하나…11년 만의 하급심 반전

중앙일보

2026.03.27 14:00 2026.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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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법원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를 무효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도전하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변호사 업계는 이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11년 만에 형사 성공보수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11년 전 “선량한 풍속 위반” 전합 판결에 반기 든 항소심


논의에 불을 붙인 건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 최성수·임은하·김용두)에서 나온 약정금 소송 판단이다. 재판부는 한 법무법인이 의뢰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에서 원고 로펌과 계약하며 무죄 확정 시 성공보수금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A씨는 실제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A씨는 약속했던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채 감사 인사만 전한 채 연락을 끊었고, 로펌은 A씨를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킨 것으로,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변호사가 성공보수 떼먹히기도…대법원 심리 주목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대한변협
A씨가 근거로 든 건 2015년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전원합의체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후 형사 성공보수를 약속했음에도 의뢰인들이 이 판례를 근거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A씨 사례처럼 법무법인과 의뢰인이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성공보수를 받는 대신 처음부터 착수금을 높게 책정하면서 오히려 의뢰인의 초기 비용 부담이 늘고, 변호인의 동기와 책임을 약화시킨다는 반발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A씨 패소 판결한 2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재판부는 “모든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윤리성에 반한다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 개별 약정이 실제로 변호사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받아들이면 형사사건 성공보수에 대한 판례가 11년 만에 바뀌게 된다. 변호사단체는 형사 성공보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원 의견을 취합하고, 향후 재판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마련하고 있다.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형사 성공보수 제도에 대한 재정비 논의도 확산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형사 성공보수 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현장에서는 변호사법 개정으로 형사 성공보수를 보장하는 방안, 대한변협 회칙을 통해 부당한 계약을 통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방안 등이 공유됐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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