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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다음은 '비료 대란'… 호르무즈에 달린 밥상물가

중앙일보

2026.03.27 14:00 2026.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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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여파가 원유와 가스를 넘어 비료 공급망까지 흔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6~7월까지는 국내 비료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밥상물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글로벌 비료 공급의 요충지(choke-point)다.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33%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석유(27%)보다 높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요소와 인산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며 화학 비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고양 한 농자재 센터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특히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중동 의존도가 높다. 요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한 암모니아를 주원료로 만든다. LNG 생산 시설 등이 몰려 있는 카타르 등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 농업인연맹에 따르면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요소 수출의 49%를 차지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비료 원료의 38%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입했다. 한국은 지난해 비료용 요소 수입량의 43.7%를 중동에서부터 들여왔다. 카타르 19.5%, 사우디아라비아 14.3%, 오만 5.3%, 아랍에미리트(UAE) 4.5% 등의 순이다.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비료 전체는 7월, 요소 비료는 6월 중순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비료업체도 원료 재고를 5~6개월 치 확보해 단기 수급은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요소가격추이

중동 사태 이후 들썩이는 요소 가격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중동산 과립형 요소의 수출 가격(FOB·본선인도 조건)은 이달 24일 t당 665달러로 중동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484달러) 대비 37% 올랐다. 중동발 요소 가격 상승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카타르는 이란의 공격으로 LNG 생산시설 등에 타격을 입었다. 중동 사태가 끝나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LNG 가격은 요소 생산 원가의 70~80%를 차지한다.

다만 국내에선 요소 가격 상승이 비료 가격에 곧장 반영되지 않는다. 농협은 국내 주요 비료 생산업체 등과 연초 단가계약을 맺어 사들인 후 이를 농가에 되팔고 있다. 단가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원자재 가격이 5% 이상 오르면 분기별로 이를 반영해 다시 가격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사태가 장기간 이어져 비료 가격이 오를 경우 밥상 물가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비료는 농산물 상승의 핵심 투입재다. 요소 비료 등 전체 비료가 농산물 가격에 차지하는 비중은 6.8% 수준이다. 비료 가격 상승은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높이고,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료뿐 아니라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농기구를 움직이고, 온실 난방을 유지하는 데 경유 등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비료 등의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생산량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정부도 비료 원료와 제품 재고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5일 “농업인의 영농 활동과 업계의 비료 원료 구입 및 생산에 지장이 없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필요한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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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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