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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등에 올라타 "워워"…자폐아 말문 트게 한 마법의 테라피

중앙일보

2026.03.27 14:01 2026.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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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우가 지난 20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을 찾아 홀스테라피의 일환으로 승마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사회
“말 등에 올라타니 오롯이 나를 받아주네요. 날 좋아해 준다는 느낌을 오래간만에 느껴봅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박윤정(58)씨가 지난 20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진행한 ‘홀스테라피(Horse therapy)’에 참가한 직후 한 말이다.




말과 교감하는 홀스테리피 인기

홀스테라피는 사람과 말이 교감하면서 심리적 안정은 물론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 신체적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동물 매개 치료 방법이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보편화한 자연 치료방법이다. 한국에는 2022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처음 도입했다.


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따르면 올해로 5년째 운영되는 홀스테라피 참가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암·조현병·알코올중독자를 비롯해 뇌병변·자폐아 등 중증장애아동까지 치유 효과가 입증되면서 참가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올해 첫 홀스테라피 프로그램을 개시하자마자 해운대자명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는 환우 16명이 경마장을 찾았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최고령 관상마인 '바우'. 사진 한국마사회

긴장한 환우들을 가장 먼저 반긴 말은 성인 허벅지 높이 정도의 작고 온순한 ‘포니’ 품종의 바니와 바우였다. 환우들이 내민 당근을 말이 냅다 집어먹자 환우들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고다연 장애인재활승마교관이 “만져주면 좋아한다”고 하자 환우들은 말의 얼굴과 등·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과 인사를 나눴다. 최정원(44)씨는 “생각보다 말이 순해서 놀랐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마사 마당으로 나온 환우들은 승마 체험을 시작했다. 교관들의 도움을 받아 말 등에 올라타고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말과 교감을 나눴다. 올해로 3번째 참가한 황혜옥(69)씨는 “내 심장 박동에 맞춰 말이 걸으니깐 한 몸이 된 기분”이라며 “안을 때마다 가만히 안겨 있는 말에게 큰 위안을 얻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승마 체험을 마친 환우들이 말의 고삐를 잡고 산책을 하며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낀 뒤 1시간 30분간의 홀스테라피 프로그램이 끝났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이 지난 20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을 찾아 말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사회
뇌병변 쌍둥이자매 재활승마로 자립보행 가능
말과 교감은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신체적 장애도 치료해준다. 뇌병변을 앓고 있던 쌍둥이 자매 홍송의(15)양과 홍가의(15)양이 대표적이다. 휠체어를 타고 경마장을 찾았던 홍 자매는 홀스테라피의 일종인 ‘재활 승마’로 3년간 치료를 받고 자립 보행을 하게 됐다. 기승능력인증 심사에 통과해 7급을 따기도 했다.


고 교관은 “말을 타려면 고관절에 힘을 주고 리듬을 타듯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근력 강화와 밸런스 운동이 동시에 이뤄져 신체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이 ‘네 발 달린 치료사’로 불리는 이유다.


말을 못하던 자폐아가 말을 끌면서 “워워”, “가자”, “고마워”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힌 결과 일상생활에서 말이 트인 사례도 있다. 장애아동 재활을 돕는 조윤정 교관은 “승마가 끝난 뒤 말에게 ‘고마워’ 인사를 하도록 교육을 받은 자폐아가 일상생활에서 ‘고마워’라는 말을 하게 됐다”며 “자폐아 부모님이 울면서 감사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2022년 국내 최초로 홀스테라피를 운영하며 자폐아에게 말과 함께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사회

홀스테라피 참가 문의가 늘어나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올해부터 수혜 대상과 프로그램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계자는 “단체 프로그램을 확대해 참여자끼리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동체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기존 재활 승마를 힐링 승마로 통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려 승마를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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