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제주에 상륙한 벚꽃의 개화 행진이 머지않아 부산을 거쳐 북상할 태세다.
그런데 사진 속 호수 위에 뜬 작은 섬이 온통 하얗다. 벌써? 어느 남도의 섬에 벚꽃이 만개한 걸까? 사진을 확대해보면 그런 낭만은 곧 깨지고 만다. 민물가마우지가 쏟아낸 배설물 흔적이다.
민물가마우지는 늦가을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인데, 2000년 초부터 국내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사실상 천적이 없고 먹을 것이 풍부해 '텃새화' 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1999년 269마리였던 민물가마우지가 2015년 9280마리로 늘었고, 2022년에는 3만2196마리로 120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물가마우지는 당초 비번식기에만 한국을 찾는 철새였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번식까지 하면서 배설물이 나무를 고사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3~5월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부화한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한 곳에 머무른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에 약 700~800g의 물고기를 먹어 치우는 ‘대식가’다. 그만큼 배설도 많이 하는데,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산성을 띠어 나뭇잎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토질을 악화시킨다. 이들의 서식지 나무들은 고사하고, 섬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 증가와 함께 지난 2023년 청주시, 평창군 등 28개 지자체에서 양식장, 낚시터, 내수면 어로어업에 대한 58개 수역의 피해가 보고됐다. 일부 지자체는 피해 예방을 위해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건의했다. 결국 지난 2024년 민물가마우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서,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 총기 포획이 가능해지고, 주요 서식지를 중심으로 개체 수 조절이 추진되고 있다.
대전시 동구는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생물로 지정된 2024년 관내 대청호 고래섬에 5년 간 머무르던 민물가마우지의 총기 포획에 나섰다. 스트레스를 받은 민물가마우지들이 인근 치유의 섬과 관동묘려 쪽에 새로운 둥지를 지었지만, 이동한 곳에서도 총기 포획과 둥지 제거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관내에서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냈고, 고사 위기에 있던 생태 환경은 서서히 이전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직접 찾아가 본 고래섬은 나무들이 모두 고사해 자연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최근 고래섬에서 직선거리 약 7㎞ 떨어진 대청호 동쪽 충북 보은군 매산면의 한 무인도에서 민물가마우지의 대형 서식지가 발견됐다. 대전 동구에 있던 개체들이 포획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시 동구 환경과 배성복 팀장은 "민물가마우지가 우리 관할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이동이 쉬운 조류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덜한 다른 지역에 터전을 잡기가 쉽다"며 "전국적인 관심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민물가마우지 서식지가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서호공원(축만제) 내 인공섬은 2010년 무렵부터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틀기 시작해 매년 봄철이면 배설물로 나무들이 하얗게 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7일 공원에 산책을 나온 윤영중씨(70)는 "여기 산 지 20년 됐는데 10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등장했다. 그 뒤로 숫자가 늘어나면서 나무가 하얗게 변했다. 여름이 되면 다시 잎이 돋고 나면 가마우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민물가마우지들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호수 가장자리와 인공섬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드느라 바쁜 모양새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전국적으로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체수 줄이기가 쉽지는 않다. 서식지가 광범위해 총기 포획으로는 실질적인 개체수 조절 효과가 미미하고, 서호공원처럼 도심인 경우에는 총기 사용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 민물가마우지 서식지와 개체수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증식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