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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져든 90세 한인 노인 잔혹 살해 “지금이라도 부실 수사 의혹 낱낱이 파헤쳐야”

Atlanta

2026.03.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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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 증언 “검찰 사망 추정 시간 이후에도
대화 나눴다…최후 목격자도 증인 채택 안돼”

익명의 검사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가능성
…진실 규명 위해 법무부 재수사 요구해야”
풀턴카운티 검찰이 신청한 증인 목록 등 재판기록

풀턴카운티 검찰이 신청한 증인 목록 등 재판기록

2024년 9월 조지아주 벅헤드에서 발생한 90세 한인 노인 고 김준기 씨 살인사건의 유일한 용의자가 무죄 석방되면서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든 가운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 발표와 한인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풀턴 카운티 검찰은 아파트 경비원을 용의자로 지목하며 사망 추정 시각을 오후 3시로 밝혔다. 그러나 지인들은 “오후 5시에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김 씨를 돌봤던 방문간호사 김금자 씨(63)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판 전부터 용의자가 무죄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할 때 (김 씨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아파트 1층까지 내려와 늘 배웅해줬다”며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7층 한인 주민들이 로비에서 오후 5시까지 대화를 나눴지만, 최후 목격자들이 법정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유일한 용의자인 아파트 경비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씨 집이 있는 5층을 방문한 영상을 근거로 오후 3시를 사망 시간으로 추정했다.
 
사건이 벌어진 벅헤드 메리안 아파트는 한인 간병업체가 매년 추석 행사를 열고, 시니어센터 셔틀버스가 오갈 정도로 한인 거주자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검찰 측이 신청한 재판 증인 중 한인은 유족을 제외하면 김 씨와 함께 방문 요양사로 일한 남정순(74) 씨가 유일했다.
 
김 씨는 “사건 현장에서 유전자(DNA)도 검출되지 않았고 용의자 소지품에서도 피해자 혈흔이 묻어있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수사가 부실했으니 혐의를 제대로 입증할 수도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를 평소 아버지로 부를 만큼 각별히 대했다. 사망 당시 형편이 어려운 유족을 대신해 소속 간병 회사를 통해 장례 비용을 치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외하면 녹화된 자료도 없고 DNA, 지문, 통화기록, 디지털 증거도 없다. 아날로그 범죄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사건 관계자의 증언을 청취하는 게 필수다. 특히 사법 불신이 크고 폐쇄적 문화를 갖고 있는 소수계 이민자의 경우 진술의 두려움을 갖고 증언을 꺼리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증언 하나하나가 귀중한 수사 단서가 된다.
 
재판에 참여한 한국어 통역사 박모씨는 “수사관과의 사전 질의 시간이나 재판 증인신문에서 한인 노인들이 2차 피해 등을 염려하며 증언에 소극적이었다”며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증언이 어려울 땐 당국이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법정 증거 테두리 바깥으로 밀려난 증언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운티의 한 검사는 “피해자가 소수민족인데다 노인인 점, 잔혹한 살해 방식 등을 비춰봤을 때 증오범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단발성 우발범죄로 다루기 보다는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라는 점을 부각해 연방 상원을 통해 법무부 수사를 요청해야 적극적 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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