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의 미학’이다. 이번 이란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십 명의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는데 걸린 단 60초의 경이적 시간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2월 28일 오전 9시40분, 이란 권력의 심장부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관저와 혁명수비대 지휘부, 국가안보회의 건물을 잇달아 폭격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종교권력, 군사권력, 국가안보 의사결정 기구가 단 1분 만에 마비됐다. 정밀함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후 전쟁 양상은 전쟁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미국의 일방적 공격으로 전개됐다. 이란 지도부가 서로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단 60초 만에 제거했고, 이것이 초반 전세(戰勢)를 결정지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이끈 진짜 주인공은 미사일이 아니었다. 정보였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자산이 동시 타격의 정확한 시간과 위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전쟁에서 정보가 전쟁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전쟁 승리의 지원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정보가 이제는 전쟁의 지형과 양상을 바꾸는 중심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 이어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모두 인간 정보와 AI 기반의 첨단 기술정보가 결합된 거대한 정보공간 속에서 전장의 승패가 결정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SNS·민간위성…전쟁 양상 바꾼 정보전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시작점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전쟁 초반 사이버 공격과 심리 정보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제여론도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이에 대응해 우크라이나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황을 실시간 공개하며, ‘침략에 맞서는 방어자’로 서사해 국제여론을 역전시켰다. 일반 시민들까지 휴대전화와 위치 기반 앱을 통해 러시아군의 이동 정보를 신고했고, 이 정보가 곧바로 포병과 드론 공격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디지털 전장도 선보였다.
〈중앙SUNDAY 2023년 4월 29일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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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 기반의 첨단 정보전의 등장은 더욱 충격을 주었다. 전통적 군사정보는 물론 민간 위성정보, 공개정보(OSINT), 심지어 SNS정보 등 초(超) 대량 정보를 실시간 융합해 2~3분 내 전장의 미세한 변화까지 식별하고, 이를 전투현장에 즉각 제공했다. 이로 인해 정보와 공격의 연결이 거의 실시간 이루어져 식별-판단-결심의 전쟁 지휘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됐다. 정보가 단순히 적의 동향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목표 즉각 타격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등 전장을 지휘하는 양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 이란 전쟁은 이런 흐름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앞서 이란 지도부 건물 3곳을 동시에 폭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이 작전은 야간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하메네이를 비롯해 군·정부·정치 수뇌부가 오전 9시40분 테헤란 파스퇴르 청사에 ‘따로 함께’ 모일 것이라고 확인해 작전을 긴급 변경했다. 이번 전쟁의 하이라이트가 정보에 의해 결정됐다.
특히 이 정보는 당일 아침 우연히 입수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치밀한 정보활동의 결과였다. 오랫동안 축적한 정보자산이 전장의 향배를 결정하는 숨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지난 20년간 이란의 내부 불만 세력을 꾸준히 포섭해 관리해 왔다. 이들은 평소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각종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장기 고정 스파이로, ‘딥 슬리퍼(deep sleeper)’라고 부른다. 미국·이스라엘은 이들로부터 은밀히 이란 내부정보를 축적해 왔다. 심지어 하메네이와 수뇌부의 거처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과 종류까지 분석해 특정 날짜에 누가, 몇 명이 방문했는지 등을 파악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AI기반의 첨단 기술정보까지 더해져 정보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이스라엘 사이버 정보조직 8200부대는 이란 지도부의 공식 일정, 경호원과 시설 관리자 통신, 테헤란 시내 CCTV 영상, 그리고 수십년간 축적한 인적 정보까지 합해 하나의 AI 플랫폼에 통합해 분석했다. 팔란티어·클로드와 같은 민간 기술정보 회사까지 가세해 이란 수뇌부의 다음 움직임까지 예측하는 등 정보의 틈새를 꼼꼼히 메웠다.
이렇게 융합된 거대한 정보 속에서 미국은 하메네이 등 지도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했다. 이란 수뇌부가 도청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통신기기를 사용해도 소용없었다. 한마디로 숨을 곳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종 타격 순간에는 인간 정보가 빛을 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각자 수집한 정보를 공유해 이란 내부 협조자들이 제공한 정보가 기만은 아닌지 크로스체크를 통해 검증했다. 미사일 발사 직전에는 현장에 잠입한 스파이가 직접 육안으로 이란 지도부가 현장에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폭격 이후에는 하메네이의 시체를 직접 확인하는 등 작전 종료까지 마무리했다. 이처럼 인간 스파이의 아날로그 정보와 AI 기반의 첨단 정보가 결합해 이란 지휘체계를 일거에 마비시키는 등 숨은 곳에서 전쟁을 이끌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인간 정보와 첨단 기술정보가 합해진 정밀 정보전이 비단 전투 현장만 아니라, 전쟁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이다.
군사전략의 고전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전쟁의 기본 원칙에 대해 “적의 급소(center of gravity)를 신속히 타격해 저항 의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급소는 그간 핵심 군사시설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전쟁 경험은 그 급소가 ‘국가지도자 우선 제거’로 바뀌는 모양새다. 지도자를 제거해 전쟁을 지속할 정치적 의지를 먼저 붕괴시켜야 한다는 교훈 때문이다. 가령, 1991년 이라크와 걸프전 당시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으나, 독재 지도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해 전쟁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맛봐야 했다.
이후 미국은 적의 급소 개념에 ‘지도자 제거’도 포함시켰고, 오늘날 전쟁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제거, 2023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 제거, 올해 초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그리고 이번 이란 전쟁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는 모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민간인 피해 줄이고 적의 급소만 타격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적의 급소’가 국가지도부라는 정치적 권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밀 정보가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지도부 제거는 정확한 동선과 위치 정보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정밀 정보는 인도적 측면에서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전은 군사적 승리 못지않게 민간인 피해 최소화도 매우 중시한다. 아무리 전투에서 승리해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국내외 여론의 비판을 불러와 정치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트남전 경험이 이를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현대전은 불필요한 인명 피해는 줄이고 군사적으로 필요한 목표만 타격하는 이른바 ‘핀셋 작전’이 중요한 전쟁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핀셋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도 바로 정확한 정밀 정보다. 정밀 정보는 핵심목표만 타격하고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나침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정보의 역할은 단순한 전술적 지원을 넘어 전쟁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하는 전략적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과 윌리엄 번스 전(前) CIA 국장 등이 한결같이 오늘날 첨단 정보혁명이 전쟁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이번 이란전쟁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전쟁의 향방도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인간 정보와 첨단 기술정보가 결합해 전장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숨은 무기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은 분명하다.
물론 정밀 타격 무기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밀 정보와 정밀 무기가 실시간 결합해 핵심목표를 신속히 제거하고, 재빨리 전장까지 장악하는 정밀 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60초 미학’이 그 증거다. 그러나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60초 미학은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발전시켜야 할 숙제다.
최성규 고려대 연구교수. 국가정보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국제안보 분야에 종사했다. 퇴직 후 국내 최초로 비밀 정보활동의 법적 규범을 규명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