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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도 외국인이 지키는데…日, 영주권 비용 2900% 인상 논란

중앙일보

2026.03.27 16:00 2026.03.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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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7일 도쿄 남부 요코스카의 구리하마에서 열린 연례 구리하마 스미요시 신사의 정화 의식에서 ‘미코시(휴대용 신사)’를 바다로 옮기고 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AP=연합뉴스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일본에서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신사 의식에까지 외국인의 손을 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영주권 취득 비용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어 외국인을 배척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교도통신은 지난해 일본 미야기현 해안 도시인 마쓰시마에서 열린 신토(애니미즘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토착 신앙) 의식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한 사례를 조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인근 마을 주민들은 매년 4월이면 1t이 넘는 거대한 미코시(휴대용 신사)를 나무 들보 위에 올려 해안선을 따라 약 8㎞를 운반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그런데 미코시를 들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마을에서 하나둘 사라져가면서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주최 측은 고심 끝에 인근 도호쿠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30여 명을 섭외했다.

일부 주민은 “신토 의식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오랜 전통인데 외국인이 참가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의식을 주관한 신토 청년회 측은 고민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마사아키 마쓰타니 청년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전통의 껍데기를 깨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마쓰시마의 사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존폐 위기에 놓인 일본 각지의 축제 및 의식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오랜 전통과 외부인에 대한 개방성을 결합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8월 19일 일본 도쿄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편의점·음식점·호텔 등 서비스업 종사자 중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약 15%였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사회 전반에서 외국인의 역할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약 257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갱신했다. 전체 취업자 대비 약 3% 수준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제조업(약 24.7%)이었다. 그 뒤를 서비스업이 이었는데, 편의점·음식점·호텔 등에서는 그 비중이 약 15%였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에는 지방 점포나 야간 근무 등 내국인 기피 업무에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짚었다.

일본 입국 및 체류 절차 안내 자료. 비자 발급부터 입국 심사, 체류기간 연장 및 자격 변경까지 외국인의 일본 체류 과정 전반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외국인 없으면 일 못 해” 시대 역행 정책 비판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영주권 신청 및 비자 갱신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영주권 신청 비용은 기존 1만엔(약 9만5000원)에서 최대 30만엔(약 280만원)으로 약 30배로 인상된다. 체류 비자 갱신 비용 역시 기존 6000엔(약 5만6000원)에서 최대 10만엔(약 95만원)으로 오른다.

일본 내에선 시대 상황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급격히 줄어든 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00년 약 8638만 명에서 2023년 약 7420만 명으로 1200만 명가량 감소했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저임금 서비스직은 자동화로 대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 요양 분야 등은 자동화가 쉽지 않다. 내국인 인력 확보가 어려운 업종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 1월, 일본인과 위장 결혼을 통해 배우자 비자를 발급받는 등 불법 체류자들의 위법 사례를 거론하며 외국인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법무성과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중·장기 체류 외국인 약 300만 명 중 불법체류자는 약 2% 수준인 7만 명 정도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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