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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구름에 사는 사람들…어디까지 감수해야 할까요”

중앙일보

2026.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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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을 낸 이유리 소설가. 그는 이런 질문을 곱씹으며 소설을 썼다. "사람이 돈이 없으면 구름에 사는 것도 괜찮을까, 돈이 없는 사람은 무엇까지 감수해야 하는 걸까?" 최혜리 기자
땅 아닌 곳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땅의 비싼 집값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구름’에 모여 살게 된다면 말이다. 지난달 20일 출간된 소설가 이유리(36)의 첫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문학동네)은 이런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낯선 모습은 아니다. 최소한의 주거권이 보장된 공간에 발붙여 사는 건 지금도 어려운 일이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 등)로 불리는 ‘비적정 주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약 91만 가구로 추정된다.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한 카페에서 이유리를 만났다. 그는 2년 6개월 전 인근에 신혼집을 구하며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 강남 한복판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회사 옥상에서 빌딩을 보고 있자니 ‘누구는 저걸 몇십 채 가지고 있는데 누구는 한 채도 없구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구름에서 살 수는 없을까’ 상상했죠. "

“욕심을 내려놓으면 집을 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돈이 없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명징한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니까요.” 이유리 역시 신혼집을 구하며 곱씹은 사실이다.
" 그러다 보면 ‘사람이 돈이 없으면 구름에 사는 것도 괜찮은가’란 질문에 닿게 돼요. 돈이 없는 사람은 무엇까지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
이런 질문이 『구름 사람들』을 만들었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으로 등단한 그는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문학과지성사, 2021), 『비눗방울 퐁』(민음사, 2024) 등을 내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단편 ‘두정랜드’로는 문지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소설은 기발한 설정을 통해 현실을 비춘다. 남을 때리기 힘들어하는 복싱선수의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는 소설(‘브로콜리 펀치’), 죽고 싶어 비눗방울이 되는 약을 먹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소설(‘비눗방울 퐁’)도 있다. 문학평론가 이소는 그의 소설을 두고 “개인의 내면을 장악한 사회적 ‘위계와 차별 의식’을 통렬하게 짚어낸다”고 평했다.
『구름 사람들』의 표지. 소설 속 구름 사람들의 주거지를 묘사했다. 사진 문학동네
『구름 사람들』에서 이유리가 상상한 건 단단한 분홍빛 구름이다. 여기서 구름은 대기 중 급격히 늘어난 먼지를 핵으로 삼아 널찍하게 뭉쳐진 유해물질 덩어리다. 이곳에 불법건축물을 지어 사는, 가난한 ‘구름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구름 위에서 태어난 ‘구름 사람’ 오하늘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오하늘은 “돈이야 먹고 죽을래도 없”어서 땅에서 구름으로 이주한 할아버지, 구름에서 자란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산다. 땅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오하늘은 생각한다.
" 이렇게 번화하고 부유한 땅 위에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니. "

그러다 ‘구름 철거’를 대표 숙원 사업으로 내세우는 정치인이 나타난다. 구름을 방치하면 “거주민들의 일조권과 재산권에 큰 침해를 입히”기 때문에 “인공 강우제를 살포하”겠다면서다. 이후 오하늘을 포함한 구름 사람들의 일상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주거 문제와 철거민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을 연상케 한다. 유쾌한 상상이 주를 이루던 전작에 비해 무거운 전개를 이룬다. “가난이라는 걸 다루면서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시혜적으로 보이거나 과잉되게 묘사하지 않으려 했어요. 저는 그저 오하늘이라는 인물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이유리는 좋아하는 작가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커트 보니것, 황정은, 배수아 등을 꼽았다. 그는 "조금씩 환상성이 들어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최혜리 기자
이유리는 “적든 많든 사회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는 게 소설”이라고 말했다. 사랑과 이별을 주요 소재로 둔 그의 전작에는 돌봄·노동·퀴어 등에 관한 사회 현안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사회문제는 개인의 삶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는데,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있죠.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 사실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소설가가 할 수 있는 건 소설쓰기이니 저는 소설을 쓰겠죠.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현실과 희망을 모두 이야기하는 게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 성실히 써보려 합니다. "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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