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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만?" 다카이치 나섰다…日, 70년 만에 '매춘방지법' 수술

중앙일보

2026.03.28 16:00 2026.03.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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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31일 도쿄 신주쿠 지구의 유흥가 가부키초의 한 골목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서 있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엔 바꿀까. 일본 정부가 70년 만에 매춘방지법에 메스를 들고 나섰다.
'파는 쪽'만 처벌받는 일본의 매춘방지법을 놓고 24일 기타가와 가요코(北川佳世子) 와세다대 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하는 검토회가 논의에 착수하면서 이르면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는 쪽'만 처벌, '사는 쪽'은 무죄
일본의 매춘방지법은 70년 전인 1956년 제정됐다.
매춘을 '금전 등을 대가로 불특정 상대와 갖는 성관계'로 정의하며 금지했지만, 매춘 알선과 장소 제공 등의 관리적 행위와 공공장소에서 권유하거나 손님을 기다리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즉, '사는 쪽'은 처벌받지 않고, '파는 쪽'만 처벌받도록 한 것이다.

또한, 매춘부보다는 업자에 훨씬 무거운 형벌이 주어진다. 성행위 자체는 문제 삼지 않고, (매춘부가) 손님을 기다리거나 호객을 했을 경우엔 6개월 이하의 구금형 또는 2만 엔 이하의 벌금이지만, 매춘업 경영과 장소 제공은 각각 10년 이하 징역 및 100만엔 이하 벌금과 7년 이하 징역이나 30만엔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는 법안 제정 당시 법무부 측에서 '업자에게는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되, 매춘부는 보호 갱생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는 쪽'에 대해서는 왜 처벌하지 않았을까. 헌법 제13조에 기술된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때문이다. 즉,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바야시 케이고(大林啓吾) 게이오대 교수(헌법학)는 25일 마이니치신문 기사에서 "헌법 13조는 개인의 존엄을 정하고 있으며, 공권력은 사적 영역에 안이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성행위는 그 사적 영역의 핵심에 있다"고 말했다.

칼 빼든 다카이치, "왜 여성만 검거되나"
매춘 처벌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정부가 70년 만에 법안 개정으로 나선 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성을 팔 수밖에 없는 여성만이 검거되고, 그것을 사는 측은 법망에서 벗어나 있는 현행법은 지극히 불공정하다"며 "70년 전의 가치관에 머물러 있는 매춘방지법을 현대의 인권 기준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무성에 "구매자 처벌 도입을 포함하여 실효성 있는 억제책을 마련하라"며 전문가 검토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다카이치 총리가 칼을 빼든 데는 2023년 악질적인 호스트 클럽에서 젊은 여성이 많은 빚을 지고 매춘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만 적발되어 처벌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태국 국적의 12세 소녀가 도쿄의 한 업소에서 성적 서비스를 강요당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번에는 바뀔까
일본 사회에선 찬반 대립이 격론을 일으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개정 움직임을 지지하는 측은 '풍기 단속'과 '파는 쪽만 처벌되는 불공정'을 들고 있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층에서 지지가 강하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섹스 워커'란 누구인가』의 저자 아오야마 가오루 고베대 교수(사회학)는 25일 마이니치 신문에 "(강력한 처벌로) 범죄화를 추진하면 그곳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은 음지로 밀려나 더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종사자들로 구성된 단체 'SWASH'도 "종사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사는 측 처벌 등의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고 한다.

일본 도쿄의 대표적 유흥가 가부키초. AFP=연합뉴스
히라구치 히로시(平口洋) 법무상은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민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을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쌍방 처벌, 프랑스는 '사는 측'만 처벌
매춘 관련 처벌에서 세계 각국은 다른 잣대를 갖고 있다. 다만, 일본처럼 '파는 쪽'만 처벌되는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박경민 기자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등은 일본과 반대로 '사는 측'을 처벌한다. '파는 측'을 '착취당하는 피해자'로 보기 때문이다. 수요자를 잡아야 근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과 미국은 '쌍방 처벌'이다. 성매매 자체를 범죄로 보고 양쪽 모두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다. 한국은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 이전에도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으로 이를 적용했다. 다만, '성매매 방지 특별법' 이후엔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한편, 네덜란드나 독일은 매춘을 합법화하고, 행정 관리를 강화하는 쪽이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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