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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만큼 풀코스 누려야"…요즘 대학생 등록금 '본전' 뽑는 방법

중앙일보

2026.03.28 17:00 2026.03.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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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고지서. 연합뉴스TV 캡처
“처음엔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헉 소리가 났지만, 무작정 깎아달라기보단 어차피 낸 돈이니 교내 인프라를 샅샅이 뒤져 본전을 뽑자는 게 요즘 분위기입니다.”

콘텐트 제작에 관심이 많은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국현(24)씨는 교내 랩실에서 고사양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를 대여하고 영상 편집용 프로그램 패키지를 학교 계정으로 지원받는다. 외부 대여 업체를 이용했다면 하루 1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할 항목들이다.

김씨는 “요즘 숏폼 하나 찍으려 해도 장소와 장비 값을 무시할 수 없는데 학교는 그 모든 게 세팅된 완벽한 작업실”이라며 “밖에서 생돈 깨질 것을 생각하면 학교 인프라를 지독하게 찾아 쓰는 게 가장 영리한 재테크다. 비싼 만큼 풀코스로 누려야지 수업만 듣고 가면 손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생활비와 자기계발 비용 절감을 위해 교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는 실리적인 소비 행태가 대학가에 퍼지고 있다. 고물가 기조와 등록금 인상, 대학가 인근의 월세 상승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등록금을 지불한 만큼 학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최대한 챙기려는 노력이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원룸 매물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학교 인프라, 지독하게 찾아 쓰는 게 영리한 것”

사설 기관을 이용하면 큰돈을 내야 하는 체육 및 여가 활동을 교내 시설로 해결하는 학생들이 대표적이다. 건국대 체육교육과 4학년 이준희(23)씨는 교내 체육시설 예약 시스템을 통해 풋살장, 실내 체육관, 샤워 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외부 사설 체육관을 대여할 경우 시간당 5만~8만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교내 전산망을 통하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씨는 “한 달에 서너 번만 학교 시설을 이용해도 100만원 가까운 돈을 아끼는 셈이라 시설 이용료로 등록금을 환불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취·창업 준비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교내 프로그램과 시설을 통해 해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고려대 수학과 4학년 조서형(23)씨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중에서 100만~200만원을 호가하는 어학, 공무원 시험, 코딩 강좌를 무료로 수강 중이다.

조씨는 “등록금은 비싼 구독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넷플릭스를 결제해놓고 영화 한 편 안 보면 아깝듯, 500만 원이나 냈는데 수업만 듣고 집에 가면 대부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부지런하게 학교 혜택을 챙기다 보면 등록금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등록금은 비싼 구독료, 500만원 냈는데 안 쓰면 아까워”

그는 3D 프린터나 레이저 커팅기 등 캠퍼스 내 고가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조씨는 “대학생 신분이 아니었다면 시제품을 만들 때마다 업체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텐데, 작업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도 부담 없이 다시 시도할 수 있어 이른바 ‘실패 비용’을 학교가 대신 부담해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그는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시기인 만큼 학교라는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며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돈값 한다’ 느끼는 교육 환경 만들어야”

신재민 기자
학교의 시설 개방과 학생 지원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사립대 재학생 정모(25)씨는 “어도비 전 제품 무료 지원이나 온라인 취업 관련 플랫폼 지원이 잘 돼 있긴 하지만, 이건 등록금 인상 전에도 무료로 지원돼 오던 것“이라며 “최근 2년 연속 등록금이 인상됐는데 실제로 체감되는 학생 복지 혜택이 늘어났는지는 모르겠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대학 측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처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분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돈값 한다’고 느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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