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 아일랜드 비치 로드에서 랜드로버로 고속 질주하면서 앞서 가던 트럭 트레일러를 추월하려다 뒤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옆으로 굴렀다. 우즈는 조수석 문을 기어서 빠져나왔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경찰은 우즈가 "둔해 보였다"고 했다. 음주측정기에서 알코올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우즈는 소변 검사를 거부했고, 음주운전과 재물손괴, 법적 검사 거부 혐의로 체포됐다.
소변 검사 거부는 법적으로 계산된 선택이다. 플로리다에서 음주운전(DUI) 유죄가 성립하려면 음주·약물 상태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소변 검사를 거부하면 그 증거 자체가 사라진다. 거부죄는 2급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약물이 검출되면 훨씬 무거운 DUI 유죄로 이어진다. 201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소변 검사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다섯 가지 약물이 검출됐다.
이번 머그샷에서도 눈꺼풀에 힘이 없었다. 반쯤 감긴 듯한 눈은 2017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거부 역시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눈꺼풀은 이번에도 약물 복용을 의심케 한다.
사흘 전, 우즈는 스크린골프리그 TGL 결승에 나섰다. 2025년 3월 아킬레스건 파열에 이어 10월 허리 수술까지 받은 뒤,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 골프에 복귀한 자리였다. 골프로 돌아오나 싶었다. 사흘 만에 다시 뉴스가 됐다.
우즈에게 자동차는 늘 사달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는 2009년 11월 26일 밤이었다.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남편 핸드폰을 뒤지다 불륜 문자를 발견했다. 부인의 추궁에 우즈는 맨발로 밖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수면제와 진통제에 취한 상태였고 차는 울타리를 넘어 소화전을 들이받았다. 그 사고 하나가 도화선이 됐다. 십여 명의 외도 상대가 줄줄이 딸려 나왔다. 집 앞에 중계차들이 진을 쳤고 방송국 헬리콥터들이 날아다녔다. 뉴욕포스트는 21일 연속 1면 톱으로 우즈를 올렸다. 그는 잠적했다.
두 번째는 2017년이었다. 우즈의 차는 시동이 켜진 채 도로에 서 있었고 우즈는 그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음주측정기 수치는 0이었지만 몸에서 다섯 가지 약물이 검출됐다. 마약성 진통제, 강력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뒤섞어 복용한 상태였다. 머그샷이 공개됐다. 골프 황제의 얼굴은 초점을 잃은 채 축 처진 눈꺼풀 아래 있었다. 미국에서 셀러브리티 머그샷은 몰락의 다른 이름이다. 골프계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세 번째는 2021년 2월 캘리포니아였다. 과속으로 달리던 차는 경사로를 벗어나 여러 번 굴렀다. 다리뼈가 부러지고 발목에 핀이 박혔다. 의사들은 다리 절단을 검토했다.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었다. 2019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돌아온 영웅'의 서사를 완성한 지 불과 2년 만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가까운 친구"라며 "안타깝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는 우즈가 마스터스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사고는 그 예언을 현실로 굳혔다. 4월 9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 우즈는 참가하지 못할 것이다. LIV의 통합 협상에서 PGA 투어의 어른 역할을 기대했던 이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우즈가 자동차 사고를 자주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승리에 집착하는 그는 불면증이 심하고 수면제 없이 잠들지 못한다. 무릎과 허리 등이 망가져 여러 개의 진통제도 복용한다. 결정적인 건 운전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에 집착하고 주변을 믿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도 결국 배신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골프장 밖에서 우즈는 늘 혼자 핸들을 잡았다.
그가 드라이버를 매우 잘 친 골퍼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평균 323야드를 때렸다. 두 번째로 멀리 친 선수보다 25야드나 앞섰다. 준우승 톰 카이트와의 격차는 12타였다. 카이트는 시상식 후 "그나마 나머지 인간들은 내가 이겼다"고 했다. 코스를 지배했고, 거리를 지배했고, 시대를 지배했다.
그 드라이버가, 골프장 밖에서는 늘 말을 듣지 않았다.
매번 사고는 그의 존재를 갈아먹었다. 한때 신으로 불렸던 우즈는 섹스 스캔들로 인간으로 추락했고, 머그샷으로 초라해졌고, 캘리포니아 언덕에서 살아 돌아와 다시 신화가 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트럭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또 머그샷을 찍었다.
그가 30년쯤 늦게 태어나 자율주행 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도 어디선가 사고는 났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인간이 고뇌에서 벗어나거나 실수를 멈추는 건 아니다. 우즈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