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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문 스리백' 처참한 패배…감기 걸린 손흥민은 사과했다

중앙일보

2026.03.28 17:09 2026.03.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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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손흥민과 이강인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4-0으로 패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이란 거대한 무대를 목전에 둔 홍명보호가 ‘가상의 남아공’ 코트디부아르에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2위)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밀턴킨스의 스타디움 MK에서 끝난 평가전에서 코트디부아르(37위)에 0-4로 무릎을 꿇었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비한 모의고사였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스리백(back 3)’이라는 방패를 고수해왔다, 중앙수비수 3명을 기본으로 하되 수비 때 양쪽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드는 전술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전력 열세를 수비 숫자로 극복하겠다는 계산이었으나, 코트디부아르 개인기와 속도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첫 실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브라질전(0-5 패)처럼, 한국 수비는 견고한 성벽이 아니라 가볍게 밀면 열리는 ‘자동문’ 같았다. 전반 35분 후방 롱패스를 넘겨 받은 마르시알 고도(스트라스부르)가 스피드와 개인기로 한국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 조유민을 제치고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추가시간 시몬 아딩그라(AS모나코)가 턴 동작으로 다시 한번 조유민을 무력화 시켰다. 실점 장면에서 한국 수비 숫자가 5명으로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상대 개인기에 숭숭 뚫렸다. 심지어 전반에는 핵심 공격수 아마드 디알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뛰지도 않았다.

후반전에도 반전은 없었다. 후반 17분 윙백 양현준(셀틱)의 헤딩 클리어링 실수가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고, 종료 직전 역습 위기에서 수비 4명이 뒷걸음질만 치다 4번째 골을 얻어 맞았다. 한국은 이날 3차례 골대를 강타했지만, 스코어가 보여주듯 실력 차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 케인스의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스리백은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지배하고 빌드업 과정이 더 세밀해야 하는데, 전술적 디테일이 부족했다. 오른쪽 스토퍼로 나선 중동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소속 조유민은 아프리카 특유의 힘과 속도에 쩔쩔 맸다.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스리백의 중앙 스위퍼로 기용하면서 그가 가진 과감한 전진과 빌드업 능력이 제한됐다.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황인범(페예노르트) 공백을 메워야 했던 박진섭(저장)은 수비적으로 내려섰는데도 스리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상대가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윙백 김문환(대전)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후반에는 역으로 윙백이 공격적으로 올라가 뒷공간이 뚫렸다. 윙백들이 공격과 수비의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선수들을 무의미한 백패스를 반복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포백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성장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면서 스리백을 포기하지 않고 더 가다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중미 월드컵에 도입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전·후반 22분에 3분간 수분 보충시간)이 이번 경기에 적용됐는데, 전반 25분 휴식 후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손흥민과 이강인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4-0으로 패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기 증세 속에서도 후반 12분 교체 출전한 주장 손흥민(LAFC)은 “월드컵에서는 더 어려운 상대들을 만난다. 패배는 아프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팬들에게 아쉬운 결과를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금이 월드컵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골포스트를 강타한 슈팅을 때린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역시 “앞으로 다시는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더 경쟁력이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 역사상 1000번째 A매치였던 이번 경기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2-4패)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참사로 기록됐다.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섯 경기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선수들 실력의 균형 면에서 4년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 것과 달리, 현재 경기력으로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숫자에 갇힌 홍명보 감독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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