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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외주사 취업해 주소 알아냈다, 남의 집 인분테러한 그들

중앙일보

2026.03.28 22:43 2026.03.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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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고객 정보를 빼돌려 남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는 등 ‘보복 대행 테러’를 벌인 일당의 총책이 28일 구속됐다. 일러스트 챗GPT

돈을 받고 남의 집 현관문에 인분을 뿌리는 등 ‘보복 대행 테러’를 저지른 일당의 총책 정모씨가 구속됐다. 이들 조직은 보복 대상자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에 위장 취업까지 해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0대 남성인 정씨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보복 테러를 대신 해주겠다”고 홍보하며 의뢰인에게 돈을 받은 뒤 조직원들에게 범행을 지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지난 1월 서울 양천구와 경기 시흥시 일대 아파트를 돌며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래커로 욕설을 적는 등 의뢰인의 사적 복수를 대행했다. 조직원에게는 1건당 80만~100만원 수준의 보수가 제공됐다. 전날 서울남부지법은 협박ㆍ주거침입ㆍ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정씨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잇따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평택(2025년 12월 7일) ▶화성 동탄(2026년 2월 22일, 3월 4일) ▶군포(2026년 2월 24일)에서 발생한 보복 대행 사건을 실행한 피의자를 붙잡아 구속했다. 다만 범행을 지시한 상선은 검거하지 못했다. 이들은 봉투에 귀뚜라미 100마리를 담아서 전달하는 등 대상자의 부모·주변인을 괴롭히거나, 협박성 유인물을 이웃에게 뿌리는 수법도 자행했다고 한다. 일부 피의자는 피해자의 집 도어록에 본드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달의민족 고객 정보를 빼돌려 이른바 '보복 테러'를 벌인 일당 가운데 공범이자 총책인 30대 남성 정 모씨가 28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이 사건들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천서에서 검거한 상선이 경기남부청에서 검거한 이들의 상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에 있다”며 “상선이 여러 명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ㆍ부산ㆍ전라 등 전국에서도 관련 신고가 잇따른 점을 고려해 공조 수사를 이어왔다.

공범을 추적 중인 경찰은 의뢰자도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조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장협박, 불륜, 학교폭력 가해자, 스캠피해 등 말 못 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드린다’는 등의 홍보글을 올리며 억울한 피해를 본 의뢰자들을 주로 모집했다. 서강대학교 겸임교수인 이승기 변호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익명으로 의뢰를 받다 보니 의뢰자 추적엔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개인정보 탈취 위해 배민 외주사 위장 취업

한편 이들 조직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위해 조직원 중 1명을 배민 외주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까지 시켰다. 조직 팀장의 지시를 받아 외주사에 입사한 40대 남성 여모씨는 “조직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주소지 등 고객 정보를 넘겨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배민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객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업체에서 근무했던 1명이 비정상적으로 과거의 상담 내용을 조회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이에 경찰은 정보 유출 경위·규모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양천경찰서는 정씨 구속에 앞서 배민 사무실을 지난 6일 압수수색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모씨가 들여다본 정보는 약 1000건이고, 이 중 무단 조회가 의심되는 비정상적 접근이 총 55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실제 테러로 이어진 사례가 최소 30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이 주요 업무인 회사에서 상담사가 주문 건에 대한 주소를 인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주요 정보의 접근 권한을 외주 업체에 맡기고, 아무에게나 준 것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민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외주업체와의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채용 과정 개선 및 관리 실태 전수조사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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