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라면, 경기 당일의 축구장은 전쟁터에 가깝다. 홈과 원정 응원 공간을 엄격히 구분 않는 야구와 달리, 축구는 원정 팬이 미리 정한 응원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본부석 등 여타 구역에서 원정팀을 응원했다간 즉시 퇴장이다. 엄격히 그어진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팬들도 선수 못지않게 비장한 각오로 ‘응원 전쟁’에 임한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2026 서울 팀 K리그 런’ 행사에 모여든 축구 팬들은 달랐다. 손에 손잡고 봄길을 함께 달렸다. ‘K리그’와 ‘달리기’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든 참가자들은 ‘팀 K리그’로 자연스럽게 뭉쳤다.
응원하는 K리그 팀 유니폼을 입고 90분(축구 한 경기를 치르는 시간을 의미)간 10㎞를 달리는 이번 행사 규정에 맞춰 축구팬들은 형형색색의 유니폼과 머플러, 깃발 등 다채로운 응원 도구로 개성을 뽐냈다. 너와 나, 아군과 적군, 홈팀과 원정팀은 없었다. 올 시즌 K리그1(1부) 우승을 다투는 FC서울과 전북 현대 팬이 함께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동해안 더비’를 이루는 숙적 울산 HD와 포항 스틸러스 팬들은 달리며 생수를 나눠 마셨다. K리그 신생팀 파주 프런티어 유니폼을 나란히 갖춰 입고 유모차와 함께 등장한 부부는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중앙일보S가 주최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K리그 홍보 및 팬 참여 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 첫 선을 보였다. 풀코스를 여러 차례 완주하는 등 마라톤 매니어로 알려진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10㎞를 가뿐히 완주한 뒤 곧장 이어진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서 박수를 받았다.
조원희, 박주호, 임상협, 김원일, 신세계 등 K리그 레전드,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진 등도 팬들과 함께 달리며 새봄의 추억을 공유했다. ‘K리그의 목소리’로 사랑 받는 이광용·윤장현 캐스터, 임형철 해설위원 등은 물론, 에이핑크 오하영, 크리에이터 박삐삐 등도 스페셜 러너로 나섰다.
10㎞ 달리기 행사를 마친 뒤엔 K리그 레전드 김원일과 임상협이 참여한 K리그 토크쇼가 열렸다. 올 시즌 K리그1과 2의 경쟁 구도와 주목할 만한 선수들에 대해 전문가와 팬이 소통하는 자리였다. 뒤이어 래퍼 더 콰이엇과 제네 더 질라의 공연이 이어졌다. 축구팬들은 참가 기념품 및 완주 기념품에 더해 K리그 공인구, K리그 관련 게임, 2026 K리그 스카우팅 리포트 등 다채로운 경품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2부를 막론하고 전국 K리그 구단 관계자와 팬들이 함께 뛰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이 행사를 포함해 K리그 팬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다채롭게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