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신형 고체 엔진 시험을 참관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한 자신들은 이란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이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시험 일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방북 일정(25~26일) 직후에 소화한 일정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신형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2500kN(킬로뉴턴)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고체 엔진 지상 시험 당시 최대 추진력(1971kN)보다 26% 정도 높아진 수치다. 북한이 언급한 탄소섬유 복합재는 가볍고 열에 강하기 때문에 미사일의 경량화와 추력 향상에 유리한 소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전략적 군사력을 최강의 수준에 올려세우는 데서 실로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 시험은 전략무력의 현대화에 관한 국가전략과 군사적 수요조건에 충분히 만족된다”면서 “우리의 국방력 발전 형세는 이번 시험과 같은 경제 및 기술적 효과성이 우월하고 보다 우수한 구성요소들의 개발과 도입성과에 의하여 더욱 변화, 가속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ICBM ‘화성-18형’과 ‘화성-19형’(사거리 1만5000㎞)을 보유했음에도 신형 엔진에 공을 들이는 건 다탄두(MIRV) 기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상대의 요격을 피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자, ICBM 개발의 마지막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시험을 통해) 다탄두화를 통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 교란과 사거리 측면에서 전지구권 타격 능력을 갖춘 ICBM을 보유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날 신문이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부단한 갱신을 중요 목표로 제시한 새로운 5개년 기간의 국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밝힌 것도 주목해야 한다. 앞서 김정은이 지난달 열린 9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ICBM 종합체’ 개발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것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탄소섬유를 사용하면 미사일의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서 “보다 작은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에 탑재해 기동성과 생존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좁은 공간에 탑재해야 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기습적인 선제타격이나 지하·수중을 포함한 다양한 공간에서 핵으로 ‘반격(2격·Second Strike)’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김정은은 국방과학원 장갑무기연구소에서 진행한 신형 주력전차의 능동방호체계 검열 시험도 참관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신형 전차가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대전차로켓 등으로 보이는 발사체를 요격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은 “신형 주력 땅크(전차) 요격 체계의 기능성은 현존하는 거의 모든 반땅크(대전차) 수단들에 대한 철저한 소멸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것을 실증”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이 땅크와 견줄만한 땅크가 없다고 이미 천명한 우리의 견해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은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 훈련부대 전투원들의 훈련 실태도 점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고체 발동기 시험, 신형 전차 능력 평가, 특수작전 구분대 훈련이라는 현대전의 3요소를 동시다발적으로 점검하며 전쟁 수행 능력의 고도화를 과시했다”면서 “자신들의 전략 무력이 기존 ‘방어적 억제’ 단계를 넘어 ‘공세적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