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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유족 만난 李… “국가폭력범죄 공소시효·소멸시효 배제”

중앙일보

2026.03.28 23:08 2026.03.2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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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해서, 살아있는 한 형사 책임을 끝까지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그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희생자와 유족께 상처를 안겨 준 4·3 사건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해서도 취소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도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가진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 자리에서 “제주 4·3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념 갈등의 광풍 속에서 벌어진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 범죄로 제주도민의 10%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은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에도 온전하게 애도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제주도민에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부 내내 끊임없는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질곡의 역사를 끊어내기 위한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의 오랜 투쟁과 헌신은 그 모진 세월을 마침내 이겨내고 있다”며 ▶4·3 특별법 제정·시행 ▶4·3 희생자 추념일 국가기념일 지정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4월이 되면 모두가 추모와 애도를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기억하고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제주도민들께서 보여주신 극복과 회복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제주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4·3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담은 4·3 특별법 개정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희생자 유족 신고, 가족 관계 정정, 보상 신청 등의 기간 연장과 함께 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 법안 추진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 당시에 우리가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가 있다”며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재입법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국가 폭력으로 국민들의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 처벌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제주 4.3 사건 제78주기를 앞둔 29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위령탑에 분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이 대통령의 제주 방문은 78주년 4·3 추념일을 닷새 앞두고 열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는 4·3 추념식에 직접 참석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이 내달 2~3일로 정해지면서 제주를 먼저 방문했다. 30일엔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타운홀미팅 행사도 가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제주 4·3 평화공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기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경찰이 과거 독재정권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의 공로로 포상을 받은 수사 관계자들에 대한 서훈 취소를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X에 공유한 뒤 “고문과 사건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적었다. 경찰청은 최근 1945년 창설 이래 수여된 포상·표창 7만여 개에 대한 공적사유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행정안전부에 서훈 등의 취소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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