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돌아왔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7개가 국내 주식이었다. 지난해는 2개에 불과했다. 2021년 국내 증시를 달궜던 ‘동학개미운동’을 뛰어넘는 열기다. 중동 사태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쏠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29일 미래에셋증권이 자사 고객의 위탁계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3월 25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위탁계좌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자리는 삼성전자(1위)와 SK하이닉스(2위), 현대차(3위)를 포함해 국내 7곳이 차지했다. 미국 주식은 알파벳A(4위)ㆍ테슬라(6위)ㆍ샌디스크(9위) 3개에 그쳤다.
이전과 크게 다른 흐름이다. 2024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한국 기업은 5개였고, 지난해 2개에 불과했다. 순매수 선두 종목도 2024년에는 엔비디아가 1위였고, 지난해 역시 테슬라와 테슬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각각 1ㆍ2위였다.
퇴직연금 투자도 국내 주식 중심으로 바뀌었다. 퇴직연금 순매수 상위 종목은 TIGER 반도체TOP100(1위), RISE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2위), KODEX코스닥150(4위), TIGER200(5위) 등 대부분이 국내 주식 관련 상품이었다. 상위 10개 가운데 미국 시장 투자 ETF는 2개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과거 원리금 보장형 예금이나 미국 ETF 위주였던 것에서 크게 달라졌다.
개인의 주식 투자 열기는 다른 통계로도 증명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신규 주식 계좌는 42만3000개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기존 고객의 추가 개설까지 포함하면 80만 개를 넘어선다.
신규 가입자는 연령별로는 20ㆍ30대가 각각 8만6000명, 8만200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증가 속도는 중장년층이 더 가팔랐다. 40대는 3.6배(7만5000명), 50대는 4.4배(7만5000명), 60대는 5.8배(3만5000명) 늘었다. ‘디지털 금융’에 비교적 익숙해졌고, 자금 여력도 있는 고령층이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개인 순매수 금액은 35조9820억원(이달 27일 기준)으로, ‘동학개미운동’이 정점을 찍은 2021년 1월(22조3384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월 말 1680억 달러에서 이달 26일 기준 1525억 달러로 감소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개인 투자자도 양질의 정보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반도체가 인공지능(AI) 투자 핵심 수혜 산업으로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ETF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확산이 자금 이동을 가속화했다”며 “증권사의 조달 구조 다변화와 맞물려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쏠림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ETF 자금 유입(순매수)은 3월 들어 6조원으로 축소됐다. 올 1월 순매수액(14조9765억원)에 비해 9조원 가량 급감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반도체주 등 개별 종목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 가운데서는 최근 10일 평균 거래량 상위권을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차지하는 등 단기 대응 성격의 투자도 늘었다.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중심의 투자 확대는 투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주가의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 성장 산업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복잡한 투자 의사 결정을 개인 투자자가 직접 감당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과 자문·자산관리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