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섰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며 주요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은 물론 다른 주요국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5년 혼합형)는 연 4.41∼7.01%로 집계됐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를 웃돈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93~6.23%였다.
이달 13일 4.250~6.504% 수준으로 오르더니, 약 2주 만에 7% 선(상단 기준)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는 하단이 0.16%포인트 하락하고 상단이 0.14%포인트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신용대출 금리는 하단 0.01%포인트, 상단 0.1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최근 주담대 고정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주요 배경으로는 중동 분쟁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이 꼽힌다. 이란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연 4.119%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2월 27일(3.572%)과 비교하면 0.547%포인트 뛰었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주담대 고정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다른 국가 상황도 비슷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6.38%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택금융기관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확대 등을 통해 금리 안정화에 나서며 2월 말 한 때 6% 아래로 떨어졌으나 다시 올랐다. 영국의 2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달 28일 연 4.83%에서 이달 24일 기준 5.51%로 상승했다. 5년 고정금리 역시 같은 기간 0.57% 올라 5.52%를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동 분쟁이 가라앉지 않는 한 주담대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나오고 있다. 조엘 칸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 부회장은 “국제 유가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면서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주담대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중동 사태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과 주담대 금리 기조가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리 상승 압박이 더해져 당분간 주담대 고정금리는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