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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ASML이 관건”…반도체 자급률 80% 내건 中 전략은

중앙일보

2026.03.2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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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계가 미국의 전방위 제재를 뚫기 위해 ‘2030년 자립률 80%’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장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중국판 ASML’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성숙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중심으로 생태계 확장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


중국 반도체 굴기 현주소는

29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25~27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중국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세미콘 차이나’에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등 중국 주요 13개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구호에 그친 수준은 아니다. 중국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나우라는 이번 행사에서 12인치 웨이퍼(원판)용 ‘다이 투 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인 ‘코몰라(HPD30)’를 전격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돌기)없이 칩이나 웨이퍼를 직접 포개 칩 사이 간격을 ‘0’에 가깝게 줄이는 기술로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빨라지고 두께도 얇게 만드는 차세대 패키징 방식이다.

‘중국판 램리서치’로 불리는 AMEC도 올해 회로 선폭이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인 식각 장비(노광으로 형성된 회로 패턴을 실제로 구현)를 선보였다. 이 같은 행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신규 공장의 자국 장비 비중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등 ‘초강수’를 둔 영향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노광 장비다.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 도입이 막히면서 첨단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딘 칼로 김밥을 써는 것처럼 미세공정에서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ASML 출신 인력을 동원해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나, 아직 실제 작동하는 칩을 찍어낼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BS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33%에 그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성숙 공정(레거시 공정)으로 화력을 돌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중국 지부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 비중은 전 세계의 42%에 달할 전망이다. 늦어지는 첨단 공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범용 칩 시장을 장악해 실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반도체 분야별 주요 중국 기업 그래픽 이미지.


韓 기업은 ‘균형점’ 고심


중국의 전방위 공세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 기조 속에서도 거대 시장이자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의 가치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과 만나 “중국은 삼성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축”이라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참석차 현지를 찾은 이 회장이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과 직접 만난 것이다. 이 회장은 2년 연속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했으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3년 연속 포럼을 찾았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펴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영향 분석’에서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홀로서기에 오히려 속도를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미·중 간 기술 분절(디커플링)이 심화하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만의 새로운 균형 전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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