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뒤늦게 참여했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별개로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는 원칙에 따라 접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8일 “북한 주민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간다는 입장 하에 정부 관계기관 내 협의를 통해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매년 상반기 인권이사회와 하반기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각각 채택한다.
정부는 그간 이달 30일로 예정된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공동제안국 참여를 고민해 왔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해 왔던 만큼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18일 신청이 마감된 북한인권결의안 조기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6일 “북에서는 (북한인권결의를)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본다”며 “정부가 밝힌 대북 3원칙 가운데 하나인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남북관계 복원에 동력을 붙이기 위해 결의안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고심 끝에 유럽연합(EU)과 호주가 초안을 쓴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에 동참하기로 했다. 외교 소식통은 “결의안은 남북 간 대화를 포함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외교적 관여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사안도 담긴 만큼 국제사회와의 소통 필요성 등을 고려해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 적대 기조를 고려해 원칙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인류 보편적 가치인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과 2018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가 2019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했다”면서 빠졌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하반기부터 공동제안국에 복귀했고 이재명 정부도 지난해 11월 조기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