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황푸(黃浦) 강변 와이탄(外灘)에는 고색창연한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그중 와이탄 15번지 건물에는 두 개 간판이 걸려있다. 상하이황금거래소(上海黄金交易所)와 중국외환거래소(中國外汇交易中心)가 그것. 이들의 ‘한 지붕 두 가족’ 사연에 석유 얘기가 담겨있다.
중국은 작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약 8000만t의 원유를 수입했다. 사우디 전체 수출의 약 25%다(미국은 5% 미만). 공식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중국 원유 거래의 약 5%가 위안(元)화로 결제됐다고 본다. 위안화가 ‘페트로 달러’의 아성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중국은 그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사우디에 구애 작전을 펼친다.
핵심은 위안화의 신용이다. 석유 수출로 받은 위안화를 쓸 곳이 없다면 ‘페트로 위안(원유의 위안화 거래)’은 성립될 수 없다. 상하이 황금거래소는 그 대안이다. ‘종이 금(Paper Gold)’이 주로 거래되는 서방 금거래소와는 달리, 상하이 거래소는 실물 중심이다. 지난해 창고에서 나간 금이 약 1300t에 달한다. 압도적 세계 1위다. 외국인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위안화=금’이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려 한다.
집요하고, 치열하다. 중국은 달러 금융망(SWIFT)을 통하지도 않고도 원유를 거래할 수 있는 엠브리지(mBridge) 플랫폼을 도입했다. 사우디도 끌어들였다. 그런가 하면 중동 각국과의 위안화 통화 스와프 체결을 늘려가고 있다. 위안화를 금이나 달러로 바꿔 갈 수 있는 길도 넓히고 있다. 와이탄 15번지의 두 간판은 이를 상징한다.
이란이 위안화 결제 원유에 대해서만 호르무즈해협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섰다.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그 틈을 위안화가 채우고 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